매일신문

[기고] 청소년은 정치적 계산 대상이 아니다

홍경임 대구 수성구의회 도시보건위원장

홍경임 대구 수성구의회 도시보건위원장
홍경임 대구 수성구의회 도시보건위원장

이승만 자유당 정권 말기인 1960년 2월 28일을 기억하는가. 대통령과 부통령 당선 개표 조작에 반발한 지역 청소년들이 부정선거 무효와 재선거 주장 등 독재에 항거하며 전국 최초로 봉기해 4·19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다. 6·25전쟁 때는 한창 공부할 나이의 어린 학생들이 북한의 남침에 대항해 학도병이란 이름으로 전선에 나섰고, 장사상륙작전에서는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100년 전 3·1운동 때에도 청소년들은 주저 없이 조국을 위해 항쟁에 나서 어른들과 함께했고, 유관순 열사는 그 대표적인 표상이 되었다. IMF 외환위기, 세월호 침몰, 태안반도 기름 유출사고 때에는 전국 각지의 청소년들이 나섰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역사의 중요한 시기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사회·국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청소년들을 위해서 기성세대인 어른들과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지인이 "청소년 문제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의정활동을 한 사람은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실패한다"는 말을 했다. 청소년들은 당장 투표권이 없기에 칭찬은 받을지언정 곧바로 정치적 실익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소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고 청소년들의 고민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왔기에 '너무도 당황스럽고 충격적'인 말이었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이자 아끼고 보호하며 사랑으로 보듬어야 할 지역과 나라의 소중한 인적자원인데, 어떻게 정치적 계산법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의아했다.

법에 따르면 청소년은 만 9세부터 24세까지라고 명기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투표권은 만 19세부터이다. 대학생 이상의 나이가 되어야 비로소 개인의 정치적 의사를 투표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예전보다 체격이 더 커지고 어른스러워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그들은 미성숙 단계에 있고,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행동이나 자칫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일 없이 순수함을 지켜줬으면 한다. 우리 사회의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이 그저 걱정 없이 아프지 않고 마음껏 뛰놀고 공부하며, 다양한 경험으로 심신이 건강하게 잘 자라 성인이 되었을 때 제 역할을 해내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소년은 미래의 주역이기도 하지만 현재도 그들은 우리 사회의 일원이고 훌륭한 주역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 엑소 같은 아이돌 그룹의 한류 열풍은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스스로 많은 어려움과 한계를 잘 극복하고 이겨내며 만들어 낸 결과이다. 이렇듯 우리 청소년들은 어떠한 환경에서 얼마만큼의 지지를 받느냐에 따라서 그 긍정적인 에너지가 확산되고 나아가 더 큰 역할을 해내는 잠재력을 지니게 된다.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갖고 진정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정책, 제도, 행정을 펼치는 데 우리 기성세대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저 인기 영합이나 표 몰이를 위한 '할리우드 액션'은 그들도 원치 않을 것이고 현명한 그들이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기초의원들도 보다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제도 마련과 행정, 이를 뒷받침할 예산 편성과 엄정한 감시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지속적인 관심이야말로 선진 대한민국의 튼튼하고 안정적인 미래의 토대를 마련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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