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도시 브랜드 가치, 100년 앞 내다봐야

이점찬 대구미술협회 회장
이점찬 대구미술협회 회장

대구시의 도시 브랜드 개선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다. 대구시가 도시 브랜드 슬로건인 '컬러풀 대구'의 로고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예산 대비 디자인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집행부가 교체될 때마다 새로 선출된 자치단체장들이 경쟁적으로 슬로건이나 로고 를 새것으로 바꿔왔다. 관습처럼 그래왔던 것 같다. 도시도 그대로 시민도 그대로인데 도시 브랜드만 교체되는 현재 이 상황이 바람직한 현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다 많은 예산을 들여 지역의 모든 슬로건이나 사인(Sign)물을 교체하며 지자체 브랜드 리뉴얼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지금까지 문제 삼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유독 대구시의 '컬러풀 대구' 로고만이 왜 논란의 대상이 되는 걸까? 앞서 언급한바 기존의 동일한 로고에 동그라미 색상만 바뀌었기 때문에 예산 낭비라는 말이 나오고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나 디자인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1988년에 탄생한 서울올림픽 엠블럼과 로고는 고대 단군조선의 설화에서 전해진 '삼태극'의 형상에 대한민국 전통미를 입힌 브랜드로 찬사를 받았다. 미국 디자인계의 거장 밀턴 글레이저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역대 올림픽 중 한국의 삼태극 엠블럼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가 고안해 유명세를 탄 '아이러브뉴욕'(I♥NY)도 단순히 하트 기호(♥) 하나만 따와 미국 시민들의 선풍적인 호응을 받았다.

한번 정해진 이후 굳어진 이미지의 전체적인 변경이란 자칫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위험이 따른다. 특히 자주 바뀌는 브랜드는 그만큼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마련이다. 나이키,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는 수십 년 내지 100년 이상 지나도 오리지널리티를 버리지 않는다. 코카-콜라는 1888년 양산에 들어갔지만 곧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독보적인 음료수의 자리를 굳혔다. 어떤 마케팅을 했기에 그런 걸까?

빨간 배경색 위에 하얀 필기체의 'Coca-Cola' 글씨는 코카-콜라의 대표 이미지 중 하나다. 정교한 스펜서체로 만들어진 로고는 코카-콜라가 만들어질 때부터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온 건 아니지만 계속 비슷하게 부분적으로 고치고 발전해오면서 소비자들에게 코카-콜라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이 주효했다. 코카-콜라의 병 모양 역시 브랜드 가치 상승에 큰 힘이 되었다. 허리가 좁고 밑이 퍼진 코카-콜라 병은 1915년 최초의 특허를 받은 다소 통통한 모양새에서 오늘날의 한 손에 꽉 잡히는 슬림한 디자인으로 정착하기까지 여러 차례 리뉴얼을 거쳤지만 1955년 산업 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Raymond Loewy)가 리뉴얼한 것이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호응을 받으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코카-콜라는 이처럼 애초부터 꾸준히 일관된 디자인과 메시지를 유지하며 그 어떤 브랜드보다 자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 세계에 글로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으로 거듭나게 했던 것이다. 전통과 고객의 로열티를 누릴 자격은 코카-콜라처럼 오래 유지되는 브랜드에만 주어진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대구시의 대표 브랜드인 '컬러풀 대구' 로고도 타 도시와는 달리 차별적 가치를 구축하고 다양한 활용 방법과 산업화 모델 방안을 찾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100년 후의 대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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