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대 한반도에 '가족 순장', DNA 분석 통해 첫 확인

영남대 박물관, 경북 경산시 임당·조영동 고분군내 고대 압독국 사람뼈 DNA 분석
무덤 주인 주변에 부부와 딸, 아버지와 딸 사이 사람들 순장 확인

고대 한반도에 '가족 순장(殉葬)' 습속이 있었다는 사실이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영남대 박물관(관장 정인성 교수)은 경북 경산시 임당·조영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고대 압독국 사람들의 뼈(인골)를 DNA로 분석한 결과, 무덤 주인 주변에 부부와 딸, 아버지와 딸 사이인 사람들이 순장된 것으로 확인했다. 다른 무덤에서도 남매의 가족 순장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재청이 2016년부터 진행한 경산 임당동 조영동 고분군 내 임당 1호고분에 대한 학술발굴조사에서 금동제 귀걸이와 은제 허리띠 등이 고분 축조 당시의 유물 부장 상태 그대로 발굴됐다. 매일신문 DB
문화재청이 2016년부터 진행한 경산 임당동 조영동 고분군 내 임당 1호고분에 대한 학술발굴조사에서 금동제 귀걸이와 은제 허리띠 등이 고분 축조 당시의 유물 부장 상태 그대로 발굴됐다. 매일신문 DB

DNA 분석을 통해 순장자 사이의 직접적인 혈연관계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4일 영남대박물관에서 열리는 '고대 인골 연구와 압독국 사람들' 학술세미나에서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에 의해 발표된다.

김 학예연구원은 "경산시 조영동 5세기 한 무덤(조영CⅠ-1호)의 주곽(主槨)에 주피장자와 함께 5명이 순장됐다. 순장자 중 1명은 4∼8세의 여자 아이, 다른 2명은 이 여자 아이의 부모로 확인됐다. 다른 무덤(조영CⅡ-1호)에서는 부곽에 36~50세 정도의 남성(아버지)과 10세 전후의 여자 어린아이가 나란히 순장됐다"고 밝혔다.

1천500여년 전 고대 압독국의 한 조영동 고분의 모식도. DNA 분석결과 주곽(오른쪽 네모)에 무덤의 주인(①과 함께 어린 여자아이(③가 순장됐고, 부곽(왼쪽 네모)에 순장된 남성(④)과 여성⑤)이 이 여아의 부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대욱 연구원 제공
1천500여년 전 고대 압독국의 한 조영동 고분의 모식도. DNA 분석결과 주곽(오른쪽 네모)에 무덤의 주인(①과 함께 어린 여자아이(③가 순장됐고, 부곽(왼쪽 네모)에 순장된 남성(④)과 여성⑤)이 이 여아의 부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대욱 연구원 제공

그는 또 "5세기 말로 추정되는 무덤(조영EⅡ-2호) 주곽에 순장된 여자 아이와 6세기 초에 축조된 무덤(조영EⅡ-3호) 주곽에 묻힌 피장자(주피장자인지 순장자인지 알 수 없음)간에도 남매 관계임이 확인됐다"고 했다.

김 학예연구원은 "그동안 임당동 고분분이나 고령 지산동 고분군 등에 관한 연구에서 가족 순장의 가능성이 언급됐다. 하지만 과학적인 DNA 분석, 즉 '전장 유전체'(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자료를 분석해 가족 순장의 습속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경주를 비롯한 신라 지역과 고령을 비롯한 가야 지역 고총에서 확인된 다수의 순장자 중 일부도 가족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당시 사람들의 음식 섭취와 영양 상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융합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에 참여한 정충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DNA분석을 통해 1촌 단위의 순장 사례가 3차례 관찰됐고, 주피장자로 생각되는 사람들 5명이 할아버지·손주 또는 큰아버지·조카 등 부계(父系) 확대 가족을 구성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임당 고총'을 신라에 병합된 작은 나라인 압독국 지배층의 무덤으로 보고 있다. 1980년대 영남대박물관에서 실시한 3차례 대규모 발굴조사에서 259구의 인골이 출토됐다. 이 인골들은 지난해부터 독일 막스 플랑크 인류사 과학연구소가 46개 시료에 대해 DNA 분석을 하고 영남대박물관과 세종대 우은진 교수 등이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영남대박물관은 최근 가톨릭대 의과대학 연구팀과 함께 5세기 말 임당동 고분에 묻힌 21∼35세의 여성 인골을 컴퓨터 단층촬영(CT)해 얼굴을 복원한 바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