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빈 자리 우리가 메운다" OTT 서비스 전성시대

자체 콘텐츠 내세운 넷플릭스부터 지상파 3사에 SKT 뭉친 웨이브까지…
아마존, 애플, 디즈니까지… 플랫폼 다양해지며 '백화점식 시청'은 어려워질 우려

온 가족이 모여서 보는 거실 TV 대신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자유로운 미디어 소비 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넷플릭스 등 각종 OTT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클립아트 코리아 제공
온 가족이 모여서 보는 거실 TV 대신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자유로운 미디어 소비 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넷플릭스 등 각종 OTT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클립아트 코리아 제공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외산 OTT에 맞설 국산 OTT '웨이브'가 지난달 출범했다. 'Over the Top(셋톱박스)'의 약자인 OTT는 전파나 케이블이 아닌 인터넷망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왓챠플레이, 티빙,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 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백가쟁명의 시기를 앞둔 OTT 업계를 살펴본다.

◆"TV 더 이상 안봐요"

국내 미디어 소비 방식은 급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5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매체를 묻는 질문에 스마트폰은 46.4%를 기록하며 TV(44.1%)를 뛰어넘었다.

2017년 조사에서는 스마트폰이 56.4%까지 오르며 TV(38.1%)와의 격차를 18.3%p(포인트)까지 벌렸다. 연령별 통계에서는 젊은 층의 스마트폰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10대에서 78.8%가 스마트폰을 가장 필수적인 매체라고 답했고, 20대는 84.2%, 30대는 79.5%가 같은 응답을 나타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상파TV나 케이블, IPTV를 통한 콘텐츠 소비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기존 방송의 영향력이 줄어든 공간은 OTT 서비스가 차지했다. 이 변화는 이른바 '코드 커팅'이라는 현상을 불러왔다. 코드 커팅은 전통적인 유료 케이블 방송을 끊고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형상을 뜻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OTT 서비스 구독자 수는 6억1천330만명으로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규모가 글로벌 영화 박스오피스 매출을 지난해 처음으로 넘었다고 한다.

집 거실 TV 대신 모바일 기기를 통해, 시간에 맞춰야 하는 본 방송보다 다시 보기 방식을 통해, 자신의 취향이나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성향이 OTT의 부상을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힌 돌, 넷플릭스·왓챠플레이

이 같은 변화 속에 몸집을 불린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는 2016년부터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대표적 OTT 플랫폼으로 꼽힌다. 특히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에 진출해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자사가 콘텐츠 제작비용을 지원하고 독점적으로 서비스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비롯해 풍부한 콘텐츠량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운다. 2013년작 정치 스릴러물 '하우스 오브 카드', 지난 1월 선보인 조선시대 배경 국산 좀비물 '킹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킹덤 서비스 직전인 지난해 12월 90만명 선이던 국내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는 지난 6월 184만명까지 늘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월정액 이용료가 9천500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게 넷플릭스의 약점이다. 물론 5천원을 더한 1만4천500원으로 4명까지 동시접속이 가능한 프리미엄 요금제를 쓰면 1인당 약 3천6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저렴하다 볼 수도 있다.

2016년 1월 출시한 '왓챠 플레이'는 사용자가 직접 매긴 별점을 바탕으로 영화를 추천해주는 서비스 '왓챠'의 OTT 플랫폼으로 지난해 1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이용자들의 별점 평가들을 종합해 개인별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줘 만족도가 높다. 넷플릭스와 달리 계정 공유가 안되고 오리지널 콘텐츠 없이 100% 외주 콘텐츠로만 운영된다.

◆방송 3사에 SKT 뭉친 '웨이브'

지난 9월 18일 SK텔레콤의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푹'(POOQ)을 통합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웨이브(WAVVE)의 출범도 주목받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옥수수의 월간 실사용자수는 약 329만명, 푹은 85만명 수준이었다. 글로벌 OTT들의 국내 시장 과점을 막고 반대로 해외시장 진출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범 초기 사용자 유입도 적지 않다. 웨이브 운영사인 콘텐츠웨이브에 따르면 서비스 오픈 후 일 평균 유료가입자 순증이 서비스 통합 전과 비교해 3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콘텐츠웨이브는 출범식 당시 유료가입자 목표를 올해 100만명, 2023년까지 500만명으로 내세웠다.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선택이 될 전망이지만 CJ ENM의 콘텐츠가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7월 발표한 '2018년도 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에 따르면 CJ ENM은 12.63%로 KBS(24.98%)에 이어 2위였다. CJ ENM은 현재 자사 OTT '티빙'을 중심으로 독자행보를 보이고 있어 제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어려워지는 소비자 선택

OTT 시장에 다수의 사업자들이 뛰어들수록 여러 콘텐츠를 한 곳에서 모아볼 수 있던 '백화점식 시청'은 어려워질 개연성이 크다. 플랫폼별로 주도권 경쟁이 심해지면 제작사들도 자사, 혹은 자사와 밀접하게 연계된 플랫폼에만 콘텐츠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콘텐츠 계약 만료로 넷플릭스에서는 2021년 이후부터 디즈니가 보유한 마블, 픽사, 폭스의 모든 영화 및 드라마들을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이는 월트디즈니가 오는 11월 새로운 OTT '디즈니플러스'를 월 6.99 달러에 출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미국 내 점유율 2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애플도 내달 1일부터 '애플tv 플러스' 서비스를 세계 100개국에서 출시하면서 한동안 수없이 많은 OTT 서비스들이 공존하며 생존 가능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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