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조선 선조에 빗대지만 면밀하게 살피면 인조(仁祖)에 가깝다. 인조는 광해군을 몰아낸 '반정'(反正)으로 집권했다. 인조와 그를 옹립한 서인은 반정이라 했지만 병자호란 등 백성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 것을 고려하면 반정이란 말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출범했다고 내세우지만 나라를 이끌어온 것을 보면 혁명이란 단어가 무색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 하나만 하더라도 촛불을 든 시민에게 얼굴을 들 수 있겠나.
광해군은 명·청 교체기 '실리 외교'로 어려움을 헤쳐나갔다. 그와 달리 인조는 명을 추종하는 '명분 외교'로 돌아섰다. 우방인 미국·일본과 소원해진 반면 북한·중국에 경도된 '문재인 외교'가 떠오른다. 국제 정세 변화를 읽지 못한 인조의 외교는 끝내 병자호란을 불러왔다. 외톨이 신세가 된 문재인 정권 외교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걱정이다.
권력욕에서 인조와 서인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자식인 소현세자를 비롯해 며느리, 손자가 인조의 권력욕에 목숨을 잃었다. 서인은 왜란 극복의 주역인 대북을 숙청한 데 이어 노론·소론으로 분화하면서 권력을 독점했다. 송시열로 대표되는 노론은 '우물 안 개구리'에 안주한 채 조선을 망국의 길로 몰고 갔다.
집권 세력의 권력욕은 인조와 서인에 못지않다. 국민은 떡 줄 생각도 않는데 20년·50년 집권을 들고나온다. 말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정 전반에 집권욕이 스며들어 있다. '장기 집권'이란 코드로 이 정권이 목을 매는 사안들을 보면 그 속셈을 단박에 파악할 수 있다. 적폐 청산, 세금 퍼주기,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일본 때리기는 물론 검찰 개혁도 마찬가지다. 검찰 개혁의 작은 노림수는 조국 수사 막기이고, 큰 노림수는 장기 집권에 걸림돌이 될 검찰의 힘을 빼겠다는 것이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남은 기간 달라지리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정권을 빼앗겨서는 절대 안 된다"는 명제가 뇌리에 박혀 있어서다. 정권을 잃고 폐족(廢族) 신세까지 전락했던 쓰라린 기억도 집권욕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인조반정 13년 후에 병자호란이 일어났고, 287년 후에 조선이 망했다. 이 나라가 앞으로 어디로 갈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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