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급기야 '쓰레기 돌려막기'까지 부른 환경부의 탁상행정

경북도 내 곳곳에 방치된 불법 쓰레기 처리 문제가 계속 겉돌고 있다. 이른바 '쓰레기 산'이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연내 모두 처리할 것을 지시했지만 당국의 관리감독이 느슨한 사이 일부 업자들은 매립·소각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겨 놓기에 급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돌려막기식' 쓰레기 처리가 한두 군데의 일이 아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이한 대응을 질타하는 여론이 높다.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신보라 의원(자유한국당)은 포항의 한 폐기물 위탁처리업체와 영천 폐기물 보관업체의 쓰레기 처리 실태와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를 비교하고 "한쪽의 쓰레기를 옮겨 다른 곳에 그대로 쌓아 놓는 게 처리냐"며 당국의 허술한 관리를 비판했다. 신 의원의 지적대로라면 불법 쓰레기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업자는 처리 시늉만 하고 있고, 당국은 현장 상황도 모른 채 어영부영하는 꼴이다.

실제 쓰레기가 제대로 처리됐는지 확인조차 않고 "문제가 해결됐다"며 자료를 낸 환경부의 탁상행정은 매우 실망스럽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지자체의 허술한 관리감독 탓만 하는 것은 주무 부처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지자체와 연계해 현장을 확인만 했어도 업자들이 이 같은 꼼수를 부릴 수 있겠나. 안이한 환경부도 그렇고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는 지자체가 현 상황을 그냥 흘려 넘기면서 이런 사태를 부른 것이다.

환경부는 올해 초 국내 235곳에 산재한 불법 폐기물 120만t을 2022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문 대통령의 '연내 모두 처리' 지시가 무리한 주문일 수도 있으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환경부의 현재 대응 능력이라면 시간이 흘러도 달라질 게 없다. 전국에서 하루에 쏟아지는 폐기물만도 22만t에 이르고, 불법 폐기물 처리 수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국토의 쓰레기화'는 순식간이다. 쓰레기만큼은 마냥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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