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기초의회, 여의도의 파행 정치 흉내까지 내나

대구 동구의회의 내부 갈등이 결국 파국을 맞았다. 불법 선거운동에 휘말린 자유한국당 소속 구의원 2명이 의원직을 잃으면서 촉발된 분란이 '의장 불신임'이라는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동구의회는 2일 임시회에서 오세호 의장 불신임안을 전격 가결했다. 한국당 소속 의원 6명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7명과 바른미래당 소속 1명 등 8명이 모두 불신임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이번 불상사는 불법 선거운동에 연루된 한국당 소속 황종옥 전 운영위원장과 김태겸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비롯되었다. 공석인 상임위원장직을 둘러싸고 입장이 대립한 것이다. 한국당은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하다가 거취가 확정되면 차기 위원장을 선출하자"는 주장이었고, 민주당은 "부위원장 역시 선거법 위반 및 위증 혐의가 드러났으니 빠른 후임 선출이 옳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에다 한국당 소속 의장의 표결안 상정 거부에 수적 우세인 민주당 및 바른미래당이 불신임을 밀어붙인 것이다. 사태를 바라보는 구민과 시민의 시선은 마뜩잖다.

운영위원장 선출이 그렇게 화급한 일이었는지, 의장 불신임이라는 파국까지 초래했어야 했는지, 기초의회에서도 빚어지는 여야 간 극한 대립에 눈살을 찌푸린다. 하는 행태가 여의도 정치판과 흡사해 '석수장이 눈깜짝이부터 배운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잖아도 대구경북 기초의회 의원들의 잇따른 비리 의혹이나 품격 없는 언행에 대한 시도민의 눈길이 전례없이 곱지 않을 때이다.

해외여행 가이드 폭행으로 망신살이 뻗쳤던 예천군의회 사태에다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동료 의원을 무더기로 징계한 구미시의회의 파행, 대구 서구의회 의원의 일탈된 언행 등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초 의원들의 몰지각한 처신이나 품격 없는 언행 그리고 기초의회의 볼썽사나운 운영은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러니 기초의회 의원의 자질론이나 기초의회 무용론이 자꾸만 제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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