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광화문 집회 현장으로 달리던 45인승 전세버스는 명동성당 부근에서 길이 막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 버스를 함께 타고 상경한 기자와 대구 시민 40여명은 종로2가 사거리에서 내려 걸을 수밖에 없었다.
광화문을 향해 걸어가는 인파들은 태극기와 피켓을 든 채 '조국 사퇴' '문재인 퇴진'을 외치며 행진하듯 나아갔다. TV매일신문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를 켰더니 순식간에 시청자가 2천명을 넘어섰다. 댓글에는 광화문 집회 지지와 조롱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워낙 인파가 많아 카카오톡 연결이 잘 되지 않을 정도였다.
기자는 광화문 집회 취재를 위해 아침 일찍 대구시민과 함께 전세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이날 대구에선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우리공화당' '한기총' '태사단' '박사모레지스탕스' '조국문재인퇴진' 등 여러 단체에서 1천500여명이 상경버스에 몸을 실었다.
'동원집회'라고 일부 폄하가 있었지만, 기자와 한 버스를 탄 동승자들은 회비를 갹출해 자진 참여한 이들이었다. '틀딱(노년층을 비하하는 단어)들만 모인 경로잔치'라는 비하가 무색하게 젊은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참여자는 "사분오열된 보수가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이라며 뿌듯해했다.
보수 측에선 이날 집회 인원이 300만명에 육박한다며 세를 과시하면서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 개천절 광화문 집회 이후 보수진영은 더 큰 숙제를 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광화문 집회 운영진은 초반에 삐걱대는 모습도 보였다. 주최 측인 '문재인 하야 전국민 투쟁본부' 무대 위에선 이재오 전 국회의원이 자유한국당을 향해 "한국당은 약속대로 집회에 협조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국당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별도로 집회를 진행하고 있었던 탓이다.
한 시민은 한국당에 대해 날을 세우는 이재오 전 의원을 향해 "보수가 이래서 (통합이) 안 된다"며 손가락질을 했다.
반대로 또 다른 참가자는 "이건 한국당 집회가 아니다. 한국당은 꼭 자기네들끼리 뭉쳐서 저렇게 잇속을 챙긴다"고 혀를 쯧쯧 찼다.
광화문대로에 집결한 한국당 등 보수진영은 모처럼 으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조국장관이 싫어서 왔지, 한국당을 좋아하진 않는다"는 한 청년의 말이 여운을 남겼다. 광화문 집회 이후 보수는 진보 측과의 세 대결뿐 아니라 진영 내 통합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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