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100세 시대, 경로당 행복도우미로!

김재광 경북도 복지건강국장

경북도 김재광 복지건강국장
경북도 김재광 복지건강국장

"너도 언젠가 노인이 될 게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집 '황혼의 반란'에 실린 대사다. 명심보감에도 '소년은 노인을 보고 웃지만 노인도 처음부터 노인은 아니었네. 내일이면 그대도 노인이 될 테니까'라는 말이 있듯이 노년은 인생의 한 시기다.

우리나라 노인 세대는 급속한 시대 변화를 겪어 왔다. 20세기 우리나라에서 전개된 해방, 6·25전쟁,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면서 숱한 어려움과 고난의 세월을 견디며 헌신과 희생으로 오늘날을 있게 했다.

하지만 고령화에 동반한 노인 빈곤, 노인 의료비 부담 가중, 노인 자살률 및 고독사 증가 등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노인 한 사람이 지출하는 진료비가 매월 37만8천원을 돌파하고 인구 10만 명당 58.6명에 이르는 노인 자살률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숙제다.

노인복지법 제2조는 '노인은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여 온 자로서 존경받으며 건전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북도는 이분들의 노후를 편히 잘 모시는 것이 후손의 책무라고 생각하고 노인 복지 시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경북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인구는 54만3천 명이다. 도내에는 경로당이 8천67개가 있다. 도내 노인 인구의 58%인 31만5천 명이 경로당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경로당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형태의 노인 여가시설로 마을 단위별로 1곳 이상이 있어 노인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다. 마을마다 하나 또는 둘씩 있는 경로당은 오랫동안 공동체 생활의 중심지로 마을 노인들이 편하게 여가를 보내는 공간이다.

2019년 8월 말 기준 우리나라 노인인구 비율은 15.2%이고 경북의 노인인구 비율은 20.4%이다.

넓은 지역을 가진 경북은 농산어촌과 도시가 다양하게 분포돼 있어 노인을 위한 복지 정책도 그 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실시해야 한다. 이에 경북도는 마을마다 있는 경로당을 주목하고 노인 복지 서비스를 되돌아보게 됐다.

그동안 노인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경로당에 활기를 불어넣어 그들도 활기차고 밝게 생활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하에 과감히 '경로당 행복도우미' 사업을 시작했다.

민선 7기 경북도 핵심 시책의 하나인 경로당 행복도우미 사업은 경로당에 행복도우미를 배치해 치매 예방 등 건강관리와 유익한 여가 활동을 지원하여 경로당이 마을공동체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생활복지형 일자리 사업이다.

시군의 노인복지기관·단체가 지역의 청년, 경력단절 여성 등의 사회복지 전문 인력, 여가 프로그램 운영자, 교육 프로그램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자를 채용해 경로당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노인이 건강하고 즐겁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게 된다.

경북도는 경로당 행복도우미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지난 3~5월 문경시와 예천군에서 시범사업을 했다. 이를 통해 농촌과 도시 지역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한 모델을 제시하고 23개 전 시·군이 지역 실정에 맞는 모델을 선택해 하도록 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명의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한 채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경로당 행복도우미 사업으로 경로당이 더 즐겁고 많은 주민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어르신들이 활기찬 노후를 영위하고 나아가 재능 기부를 통해 선대의 지식과 경험을 자연스럽게 후대로 전수하는 건강한 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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