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무대화되기까지 여러 연습과정을 겪어야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드레스리허설은 리허설 단계에서 제일 마지막에 진행되며 배우의 의상과 분장까지 점검하는 리허설이다. 의상과 분장은 배우의 '캐릭터입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대본분석을 통해 구축되어진 인물이 외형적으로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분장은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 자주 짓는 표정의 주름살이라든지 얼굴의 음각 등을 통해 섬세하게 표현된다. 또 다른 기능으로는 배우의 자의식에서 해방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연습과정에서 배우가 어려워하던 장면도 드레스리허설 때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배우에게 얼굴은 감정표현의 가장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자의식이 드러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현대 마임의 기초를 다진 에티엔느 드크루는 '얼굴은 연기자가 숨겨야 할 자아를 드러내기 때문에 핵심적인 표현 수단이 될 수 없다' 라고 했다. 그래서 분장은 배우에게 자의식을 감추고 캐릭터를 완성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또 이보다 더 확실하게 자의식을 감추는 방법은 바로 가면을 쓰는 것이다. 연출가 자크 코포는 '어떤 강력한 신체 훈련도 연기자의 과도한 자의식을 극복하지 못 한다' 라고 했다. 가면을 쓰는 것은 연기자의 자의식에서 자유롭게하며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게 한다. '신체연극'의 저자 딤프나 칼러리는 '뒤에 숨을 수 있는 무언가 수단을 갖는 것은 역설적으로 더 이상 숨을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고 따라서 더 큰 위험을 감수할 수 있게 된다. 삶을 모방하는 행동 대신 연기자는 극적 표현을 찾기 시작한다' 라고 했다.
사실 이런 극적 표현은 무대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역할에 맡는 가면을 쓰고 인생이라는 연극에서 주인공을 맡고 있다. 상사의 아재개그에 박수를 치며 웃어야하는 부하직원, 훈련소에서 훈련병들에게 얼차려를 주는 조교, 고객을 응대하는 영업사원, 선배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후배, 학생들 앞에서 화를 참아야하는 선생님 등등…. 심지어 나이가 들수록 가면의 개수는 늘어나고 두꺼워진다. 나아가서는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조차 잊게 된다. 우리는 왜 마음에도 없는 표정으로 극적인 행위를 하는 것일까? 사람을 뜻하는 'person' 이라는 단어는 가면을 뜻하는 'persona' 라는 라틴어가 어원이라고 한다. 어쩌면 사람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가면 뒤에 숨어 진짜 얼굴을 잃어가는 건 아닐까?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가 어려운 것은 내가 아는 나와 타인이 아는 내가 너무 달라서일지 모르겠다. 도덕적 규율과 부모의 기대, 사회의 틀 안에서 우리는 학습되어진 나라는 가면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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