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덕 강타한 태풍 '미탁' 피해, 작년 '콩레이' 이상

송천강 인근 농경지 대부분 침수 피해…창수면 백석리 금곡리 마을 전체 쑥대밭
영덕 강구, 콩레이 때보다 비 더 내렸지만 피해는 덜 해

제18호 태풍 미탁이 폭우를 뿌리면서 경북 영덕군 영해면 송천강 인근 연평리 비닐하우스 단지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영덕군 제공
제18호 태풍 미탁이 폭우를 뿌리면서 경북 영덕군 영해면 송천강 인근 연평리 비닐하우스 단지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영덕군 제공
2일과 3일에 걸쳐 제18호 태풍 미탁이 내린 물폭탄에 영덕군 영해면 송천강이 범람하면서 송천강을 가로지르는 송천교 교각이 훼손돼 상판이 내려앉았다. 김대호 기자
2일과 3일에 걸쳐 제18호 태풍 미탁이 내린 물폭탄에 영덕군 영해면 송천강이 범람하면서 송천강을 가로지르는 송천교 교각이 훼손돼 상판이 내려앉았다. 김대호 기자

제18호 태풍 '미탁'이 쓸고 간 경북 영덕군의 피해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가을 영덕을 덮친 태풍 '콩레이' 이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태풍 콩레이로 쑥대밭이 된 영덕군 강구면 강구시장 일대가 이번엔 지난해에 비해 피해가 덜해 영덕 전체의 피해도 덜한 것으로 비쳐졌지만 영덕군 북부 5개 면 지역(지품·축산·영해·창수·병곡면)을 중심으로 한 피해가 속속 드러나면서 영덕 태풍 피해 사상 최악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영덕군에 따르면 영해면에 이번 태풍 미탁으로 내린 강우량은 10월 2, 3일 이틀간 389㎜으로 2일 하루 강우량만 297㎜에 달했다. 창수면은 10월 2일 오후 11시부터 자정까지 시간당 73㎜가 퍼부었다. 1991년 태풍 글래디스를 능가한 역대 최대의 물폭탄이라는 것이 영덕군의 얘기다.

태풍의 진로가 예상보다 동북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영덕읍을 중심으로 서북쪽 산맥지대에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내면서 울진과 인접한 영덕군 북부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교통오지여서 초기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피해 참상이 시간이 갈수록 드러나고 있다.

창수면에서 영덕군을 가로지르는 송천강이 범람하면서 창수면과 영해면 일대 농경지 대부분이 잠겼다. 송천구교와 신교가 모두 끊겨 복구 때까지 이 일대 주민들은 큰 교통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울진과 인접한 병곡면 백석리와 금곡리도 토사가 밀려와 마을 대부분이 쑥대밭이 됐다. 병곡면 가구 대부분은 밀려온 토사 탓에 가재도구 대부분을 버려야 할 정도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6일 현재 도로·하천·산림·상하수도 등 268건의 공공시설 피해가 집계됐다. 가옥 침수와 파손 등 피해도 793채에 이르는데 이중 절반가량 이상이 영덕 북부지역에 집중됐고 피해 정도도 심각한 수준이다.

농수산분야에서도 농경지 2천ha에 양봉 500분봉·비닐하우스 12동·저수지 3개소와 육상양식장 어류 1천450마리가 피해를 입었다.

영덕군은 6일 현재 연인원 2천554명과 굴삭기, 덤프트럭 등 장비 930대를 투입해 복구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영덕군 관계자는 "제19호 태풍 하기바스가 북상 중이라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며 "미탁으로 무너지고 약해진 하천 제방·산사태 지역과 침수 가옥들에 대해 태풍이 한 번 더 덮치는 날에는 회복 불능 수준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태풍 콩레이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강구시장과 인근 주택가의 경우 올해 태풍 미탁이 더 많은 물폭탄을 뿌렸지만 피해는 훨씬 덜했다.

영덕군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6일 태풍 콩레이 당시 강구면의 하루 강우량은 259㎜을 기록했다. 시간당 최대 강우량도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 44㎜가 최고였다. 지난 2일 미탁 때는 강구면에 하루 강우량이 270.5㎜였고, 시간당 최대 강우량도 2일 오후 11시에서 12시 사이 58㎜로 콩레이 때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침수 피해는 지난해엔 강구시장 상가의 1층이 대부분 잠겨 보트를 통해 사람들이 대피했으나 올해는 가장 낮은 저지대 상가 몇 곳이 70㎝ 정도 잠겼을 뿐 대부분 무릎 높이 정도까지 일시적으로 찼다가 줄었다는 게 영덕군의 분석이다.

올해는 지난해 가동이 멈춰 버렸던 우수저류시설 펌프가 끝까지 정상가동했고, 강구시장에 별도의 이동형 대형 배수펌프장치를 배치해 하수구에서 물을 계속 퍼올려 인근 오십천으로 방류한 덕분으로 보고 있다.

영덕군 관계자는 "지난해 강구지역의 항구적인 침수피해 예방을 위해 지원받은 국비 사업이 아직 하나도 시행되지 않았지만 체계적으로 대처한 덕분에 침수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강구시장으로 몰리는 인근 화전천 물을 동해바다로 바로 흘려보내는 200억원대 방류수로터널 공사가 추진되면 강구시장과 인근 저지대의 침수 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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