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대명동 한 주택에 혼자 살고 있는 여성 A(29) 씨는 최근 출근을 위해 집에서 샤워하던 중 대문이 열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채 마당으로 뛰어나가 보니 대성에너지 소속 가스 검침원이 대문 안에 들어서 있었다. 초인종을 눌러도 반응이 없자 무작정 대문을 열어 가스 사용량 검침에 나선 것이다.
"어떻게 문을 열고 들어왔느냐"고 캐묻는 A씨에게 해당 검침원은 가지고 있던 열쇠뭉치를 내보이며 "가지고 있던 만능키를 사용해 들어왔다"고 실토했다.
사건 발생 며칠 전에도 문을 따고 들어온 한전 대구본부 소속 전기 검침원을 목격했던 A씨는 "이제는 초인종 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트라우마가 생겨 하루빨리 이사할 계획"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지역 일부 전기·가스 검침원들이 '만능키'로 불리는 열쇠뭉치를 들고 집주인의 허락 도 없이 집안을 드나들면서 가정집 치안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혼자 거주하는 1인 가구 여성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대성에너지 소속 가스검침원 B씨와 한전 소속 전기검침원 C씨 등을 주거침입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남구 대명동 일대를 담당해 온 이들은 지난달 5일과 30일 주인 허락 없이 집에 들어가 점검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전과 대성에너지에 따르면 지역 내 전기·가스 검침원은 모두 500여 명(전기 150명, 가스 360명)에 달한다.
이들은 1인당 한 달 평균 3천500~7천 가구를 점검하는데, 특히 단독 주택가를 담당하는 검침원들이 편의상 전 집주인에게서 받아둔 열쇠 등을 활용해 현 집주인 몰래 검침을 하기도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평일 낮시간에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아 검침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A씨 및 그의 집주인은 열쇠를 건네준 적조차 없다는 것이다. 검침원 B씨는 "여기저기 집주인들로부터 건네받은 열쇠가 한 뭉텅이인데, 이들을 사용하면 다른 집 문이 열리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한 열쇠업체 관계자는 "열쇠와 개폐기는 높낮이가 정교하게 만들어지는데, 낡으면서 마모로 인해 다른 열쇠를 사용해서 열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건은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한 주택에 사는 D(19) 씨도 "가스검침원이 난데없이 대문을 열고 들어와 깜짝 놀랐다"며 "잠겨진 남의 집 문을 여는 것은 범죄"라고 분개했다.
대성에너지 및 한전 측은 직원 교육 및 재발방지에 힘쓰겠다고 사과했다. 대성에너지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정기적으로 감독하고 관리하겠다"고 했고, 한전도 "재발방지 교육과 원격검침장치 추가 설치 등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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