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상식의 여럿이 하나] '전국 이중언어대회'를 보고 나서

배상식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배상식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얼마 전, 우리 지역에서 다문화 학생을 위한 '이중언어대회'가 열렸다. 이중언어대회는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 이들이 두 가지 언어를 얼마나 잘 구사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대회이다. 그러니까 한 가지 언어는 당연히 한국어일 것이고 다른 언어는 한국 출신이 아닌 엄마나 아빠 나라의 언어가 된다.

경북지역에서 개최되고 있는 이중언어대회는 전국 규모로 확대된 지 벌써 6년이나 되어 제법 인지도가 높고 경북 거점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주관하고 있다. 1등상(대상)을 수상한 학생에게는 여성가족부 장관상과 300만원의 부상이 있다 보니 전국에서 참가하는 학생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질적 수준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66명의 참가 신청자 중에서 본선에는 23명의 학생이 선발되었다.

대회 당일 강당 안에는 알록달록한 풍선이 가득 장식되어 있었고 다양한 나라의 국기들이 큼직하게 부착되어 있었다. 무대에 오른 참가 학생들 중에는 자신이 준비한 두 가지 언어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학생도 있었고, 너무 긴장한 탓에 자신이 준비한 원고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안절부절못하는 학생도 있었다. 특히 객석에서 응원하는 가족과 지도교사의 마음은 이들보다 더 까맣게 타고 있었다.

본대회가 열리기 전에 참가 학생들의 이중언어 능력을 질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원어 심사위원들의 현장 인터뷰가 함께 진행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원고 내용을 암기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학생들의 언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가 이 대회의 질적 수준을 조금씩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모든 참가 학생의 발표가 끝난 후, 입상자들의 명단이 하나씩 발표되었다. 입상한 학생의 가족들은 얼싸안고 기뻐하였으며, 그렇지 못한 학생의 가족들은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울먹이는 자녀를 꼭 안아주는 아빠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한동안 가족들의 환호와 아쉬움이 강당에 가득 차 있었다.

필자는 우리 지역의 이중언어대회를 10년째 참관하고 있다. 이러한 대회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그 속에 많은 교육적'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다문화 학생들에게는 이중언어 능력을 신장시켜 자존감 향상은 물론 자신의 진로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다문화 가정의 부모에게는 다문화적 배경이 강점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며, 지역민에게도 이러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 지역에는 베트남 출신의 결혼이민여성이 가장 많이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의 언어는 중국어가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참가 학생들이 발표할 원고를 지도교사나 부모가 대신 써주다 보니 원고 내용이 학생의 수준과 잘 맞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초등 고학년 때 이중언어 능력이 아주 높았는데,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오히려 그 능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 등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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