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잇단 ESS 화재, 섣부른 탈원전 도박의 결과물일 뿐

태양광발전 설비업체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경북에서는 지난주 군위의 한 태양광발전 설비업체 ESS에서 불이 나 4억원대가 넘는 재산 피해를 냈다. ESS 화재는 전국적이다. 지난 8월에는 충남 예산의 태양광발전 시설에서 불이 나 ESS 1기가 전소됐고, 강원 평창의 풍력발전소 ESS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리튬이온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가 소실됐다.

2017년 8월부터 모두 26건의 ESS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그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도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그러니 현장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관련 산업 생태계의 위기감도 확산되고 있다.

산자부는 국내 ESS 사업장이 1천490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많은 연관 업체들이 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에 따라 ESS 투자를 늘렸다가 낭패를 겪고 있는 것이다.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전국의 ESS 설비 상당수가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안전과 발전을 보장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ESS는 화력·풍력·태양광발전 등으로 만들어진 잉여 전력을 모아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가정이나 공장 등에 공급하는 저장장치이다. 태양광과 풍력 위주의 신재생에너지 전력 시스템의 핵심 축인 것이다. 기술적인 진화를 주시하며 유연성 있게 추진해야 할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탈원전'이라는 이념에만 매달려 도박하듯이 밀어붙인 부작용일 것이다.

정부의 성급한 탈원전 정책이 ESS로의 집중 투자를 유도했고 결과적으로 피해를 키운 꼴이 아닌가. 정부는 조속히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겠지만, 차제에 신재생 발전의 기술적 문제는 물론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태양광 확대라는 정책 기조를 강행하기 위해 임기응변으로 대응했다가 더 큰 국가적 불행을 자초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