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희(28) 씨는 초점을 완전히 잃어버린 눈으로 먼 산을 바라봤다. 실패로 끝난 결혼생활은 큰 상처가 된 것도 모자라 불행은 끝없이 상희 씨를 찾아왔다. 상희 씨는 중증근무력증을 5년째 앓고 있다.
그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기운을 차리고 싶지만, 더는 약이 듣지 않는다. 유일한 희망인 신약 주사제는 턱없이 비싸 꿈도 못 꿀 처지다. 상희 씨는 "기어서 방문을 열어보니 9살짜리가 혼자 밥을 차려먹고 있더라"며 "엄마가 돼서 아무것도 못 하고 뒷모습만 바라봐야하는 현실이 서글프고 한심하기만 하다"고 눈물을 터트렸다.
◆ 20살에 결혼 2년 만에 이혼
상희 씨는 11살 연상의 전 남편과는 결혼한 지 2년 만에 위자료 한 푼 없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그는 "갈비뼈와 목뼈가 부러질 만큼 얻어맞았다. 그저 폭행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고 했다.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홀로 남은 그는 먹고 살기위해 미용실을 차렸다. 중학생 때부터 배운 미용일이다. 각종 대회에 출전해 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도 좋았다.
입소문이 나면서 가게가 자리를 잡아가던 2014년 즈음, 갑자기 상희 씨에게 사시와 복시증상과 함께 근육에 힘이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드라이기를 떨어뜨리거나, 머리를 만지다가도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는 일이 잦아졌다.
그는 "하루는 미칠 듯이 힘이 없다가도 또 다음날은 괜찮아졌다" 며 "처음에는 이게 병인 줄도 모르고 '내가 이렇게 나약한가' 자책하면서 정신 상태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심한 복시증상으로 안과진찰을 받은 것을 계기로 상희 씨는 2015년 중증근무력증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근육을 수축시키는 체내 화학물질에 문제가 생겨 근육 수축을 방해하고 근육이 쉽게 피로해지는 희귀한 자가면역질환이다. 근력이 수시로 변해 어떤 때는 힘이 빠져서 걷거나 팔을 들기조차 어렵지만 어떤 때는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데 그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 5년째 투병 "이제는 약도 소용없어"
상희 씨는 병을 앓으면서도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당장 생활비도 없는데다 아들이 ADHD를 심하게 앓아 사설 치료가 절실했던 탓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상태가 걷잡을 수도 없이 나빠졌다. 약조차 더는 듣지 않아 결국 지난 1월 미용실 문을 닫아야 했다.
상희 씨는 현재 합병증으로 폐렴, 진균증, 녹내장, 당뇨, 골다공증 등을 앓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0.8이던 왼쪽 눈 시력은 1년 만에 0.015로 급격히 떨어져 버렸다.
그는 "병을 진단받은 뒤 3년 정도는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양이 꾸준히 늘려가면서 비교적 치료가 잘 됐다. 하지만 무리해서 일해서인지 조금씩 약효가 없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정상생활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권유한 신약 주사제가 현재로서는 상희 씨의 마지막 희망이다. 그러나 4차례 투여하는 데 500만원을 넘어서는 고가의 치료비를 구할 방도가 없다.
그는 지난 3월부터 월 100만 원 남짓한 기초생활수급금을 받게 됐지만 저축은커녕 아직 빚도 남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근력 보조제도 100알 당 7만 3천 이던 가격이 최근 30만 원으로 오르면서 복용 중단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상희 씨는 "아들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챙겨준 적이 없다. 이혼에다 아픈 엄마까지 나로 인해 계속 불안한 환경에서만 자랐다"며 "어떻게든 아들을 돌보고 싶지만 치료 방법조차 없다는 것이 절망스럽다"고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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