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책없이 쏟아지는 쓰레기]<7>친환경 소각장 21개 설치, 주민 신뢰 얻은 도쿄

주민 피해 최소화에 방점, 피해 우려하는 시민들에 사회환원 혜택도

일본 도쿄 스기나미구 청소공장 모형. 굴뚝이 있는 건물(왼쪽)이 소각로가 있는 공장이다. 시민센터(오른쪽)에선 소각열과 소각장 발전 전력 등을 활용해 목욕탕, 온수 풀 등 주민 복지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홍준헌 기자
일본 도쿄 스기나미구 청소공장 모형. 굴뚝이 있는 건물(왼쪽)이 소각로가 있는 공장이다. 시민센터(오른쪽)에선 소각열과 소각장 발전 전력 등을 활용해 목욕탕, 온수 풀 등 주민 복지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홍준헌 기자

일본도 폐기물 대란에 처한 적이 있었다. 일본의 폐기물 처리 정책은 대체로 '소각 후 매립'과 '재활용'으로 이원화했다.

도쿄도는 소각이 최선의 처리방법이라는 판단 아래 음식물류 폐기물도 재활용 없이 고스란히 태워 없애고 있다. 폐기물 수집과 소각에 따른 환경오염과 악취 등 대책도 선제적으로 마련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오히려 혜택을 주고 있다.

◆악취·배출물질 최소화, 소각재 만드는 첨단 공장

최근 일본 도쿄도 23구 일부청소사무조합이 스기나미구 타카이도에서 운영하는 청소공장에 방문했다. 스기나미구 청소공장은 1982년 처음 지어 최근 확장 재건축했다. 해당 지역 폐기물을 일제히 모아 태우는 소각장으로, 첨단 공정을 거쳐 '소각재를 생산하는' 말 그대로 공장이다.

도쿄에선 병·캔·플라스틱 등 재활용품과 의류, 자전거, 가구 등 대형 폐기물을 제외한 대부분을 타는 쓰레기로 취급한다. 음식물쓰레기도 소각처리 대상이다. 도쿄도는 이를 다른 방법으로 재사용할 때의 효용이 크지 않으며, 소각열로 전력을 생산하는 편이 더욱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

폐기물 수집트럭은 진·출입로 단 1곳, 길이 600m에 이르는 전용 지하도로로 공장과 마을을 오간다. 지하도는 폐기물 운반 때 발생할 수 있는 악취 피해를 막고자 공장 건립 때 함께 설치했다.

스기나미구 청소공장을 오가는 폐기물 운반차량은 출입구가 공장에서 600m 떨어진 곳에 있는 전용 지하도로(청색 노선)를 통해서만 이동하며 주민 악취 피해를 줄이고 있다. 홍준헌 기자
스기나미구 청소공장을 오가는 폐기물 운반차량은 출입구가 공장에서 600m 떨어진 곳에 있는 전용 지하도로(청색 노선)를 통해서만 이동하며 주민 악취 피해를 줄이고 있다. 홍준헌 기자

공장에서 트럭은 폐기물 무게를 측정한 뒤 폐기물 보관 벙커에 도달한다. 벙커에 있는 9개의 게이트는 트럭이 폐기물을 방출할 자리를 자동 배정하고 있었다. 벙커 내 특정 지점에만 폐기물이 쌓이지 않게 골고루 분산하는 것이다. 트럭이 게이트 너머로 폐기물을 부을 땐 게이트에 에어 커튼이 작동해 악취 유출을 막는다.

벙커 용량은 1만2천㎥로 트럭 2천900대분 폐기물을 일시에 보관할 수 있는 규모다. 방문 당시 폐기물 1천t이 모여 있었다. 벙커 안에선 대형 크레인이 폐기물 봉투를 수시로 들었다 놓으며 봉투를 찢고 흩뜨렸다. 동시에 틈틈이 물을 뿌려 먼지 날림과 악취 분산을 막았다. 크레인은 종종 일정량의 폐기물을 소각구 2곳에 번갈아 들이부었다.

청소공장에 따르면 이곳 소각로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도 대부분 연소할 수 있는 800℃ 이상 고온으로 상시 가동한다. 타고 남은 물질은 보일러를 거쳐 보관 벙커로 이동한다.

보일러에선 수분이 끓어 생긴 증기와 분진을 20m 높이 굴뚝까지 운반한다. 그 중 분진은 소석회·활성탄을 이용한 집진기로 흡착한 뒤 가성소다·액상킬레이트·암모니아 등 약제처리를 거친다. 이를 통해 질소산화물(Nox)이나 황산화물(Sox), 다이옥신이 결합하지 못하도록 막은 뒤 모아 매립장에 보내거나 시멘트공장에 원료용으로 보낸다.

소각열로는 증기터빈 발전기를 가동한다. 순간발전량은 최대 2만4천㎾, 일반 가정 6만 가구가 월 300㎾h씩 쓸 수 있는 양으로, 스기나미 인구 56만명이 사용하는 전력의 20% 수준이다. 동시에 공장 옥상 태양광패널과 지중열 공조설비로도 전기를 생산한다. 전기는 시설 가동·관리·모니터링에 쓰거나 도쿄전력, 민간기업 등 전기사업자에게 판매하고 그 수익을 청소공장 직원 58명의 인건비 등으로 활용한다.

일본 도쿄 스기나미구 청소공장의 소각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곳. 홍준헌 기자.
일본 도쿄 스기나미구 청소공장의 소각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곳. 홍준헌 기자.

◆유해물질 배출량 실시간 모니터링, 주민 복지 혜택도

일본 도쿄도는 지역 내 23개 구 중에서 급속한 도시화 영향에 소각장을 신설하기 어려운 신주쿠구, 나카노구를 제외하고 남은 21개 구 전역에서 1곳씩 이 같은 청소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덕분에 몇몇 소각장이 시설 개선, 폐기물 재처리를 이유로 가동을 멈추는 날엔 주변 소각장이 폐기물을 대신 처리하기도 한다.

이는 각 청소공장이 법정 배출물질 기준치보다 훨씬 엄격한 자체 규정에 따라 배출물질을 내놓기에 가능했다.

스기나미구 청소공장 관계자는 "공장 중앙제어실에서 유해물질별 실시간 배출량을 측정해 주민에게 공지한다. 간혹 설비 문제로 기준을 어기거나 설비 개선이 시급할 때는 즉시 주민에게 원인과 휴업 일정을 공지한 뒤 시설 개선을 마친다"고 설명했다.

지역 환경 전문가나 단체에 의뢰해 정기 환경조사를 실시하며 주변 학교 초등학생을 초청해 공장 견학을 하고 분리배출 중요성을 조기 교육하기도 한다. 이런 활동 결과는 안내문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자발적으로 알린다. 연 2회씩 학부모 등 주민 대표단과 만나 상담하는 자리에서도 숨김없이 설명한다.

공장 측은 소각장 운영을 이해해 준 주민들을 위해 공장 주변 '시민센터'를 지어 각종 혜택을 돌려주고 있다. 주민들은 이곳 목욕탕, 온수 풀장, 회의실, 보육원, 도서관, 식당 등을 무료 또는 민간 시설보다 저렴하게 이용한다. 공장 옥상 등에는 조경과 산책로를 조성해 공원을 꾸몄다.

다만, 소각하고 나온 재를 묻을 매립지 용량이 한계로 향해가는 점은 해결 과제다. 도쿄도는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 소각 처리되지 않도록 시민 인식 변화를 이끌고자 애쓰고 있다.

청소공장 관계자는 "친환경 소각장 덕분에 주민 반발이 거의 없지만, 폐기물 배출량까지 억제하지 못하는 건 한계"라면서 "미래의 시민인 학생들이 견학하러 올 때마다 소각재 처리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재활용품 분리배출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인식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스기나미구 청소공장 벙커 앞에서 폐기물 수집·운반 차량들이 차례로 게이트를 배정받아 수집한 폐기물을 들이붓고 있다. 홍준헌 기자.
일본 도쿄 스기나미구 청소공장 벙커 앞에서 폐기물 수집·운반 차량들이 차례로 게이트를 배정받아 수집한 폐기물을 들이붓고 있다. 홍준헌 기자.

일본 도쿄에서 홍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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