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無보상에 우는 세입자들…"무일푼으로 길거리에 나앉을 상황"

쪽방 주민 이주 어려워, 상가 세입자는 인테리어비·권리금 못 받아
대구시 대책 마련 절실

'세계주거의 날인 7일 대구시청 앞에서 열린 주거(상가) 세입자 주거생존권 보장 기자회견에서 반빈곤네트워크를 비롯한 빈민시민단체 회원들이 '집은 인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쪽방 주민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김명현(58) 씨는 동대구역 인근 신암4동 한 여관에 월 25만원을 내고 살고 있다. 문제는 이곳이 재건축 지역에 포함되면서 시작됐다. 현행법상 재건축은 세입자에 대한 이주비 지급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에 김 씨는 아무런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그는 "화장실이 없는 방으로 기준을 낮춰서 가거나 10만원쯤 높은 월세방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상가 세입자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특화거리로 조성한 대구 남구 봉덕맛길에서 맥주집을 운영하는 장성일(38) 씨는 초기 인테리어 투자비와 권리금 등 7천만원을 잃게 생겼다. 이곳에 지난 2017년 재건축 사업시행 인가가 났기 때문이다. 장 씨는 "특화거리 조성을 보고 들어왔다가 2년도 안 돼 무일푼으로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은 더욱 뜸해져 버틸수록 적자만 커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반빈곤네트워크 등 대구 10개 시민사회단체는 7일 오전 '2019 세계주거의 날'을 맞아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시의 무분별한 재건축·재개발 강제철거 정책을 중단하고 세입자의 주거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세계주거의 날인 7일 대구시청 앞에서 열린 주거(상가) 세입자 주거생존권 보장 기자회견에서 반빈곤네트워크를 비롯한 빈민시민단체 회원들이 주거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반빈곤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입자의 주거권 보장 방안으로 ▷대구시 조례를 제정해 세입자 보상을 사업시행 인가조건으로 의무화할 것 ▷전면철거식 개발정책 중단과 선대책 후철거식 순환식 개발로의 전환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임대차보호법 개정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대구시와 정부에 요구했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특히 재건축으로 인한 민간개발 사업으로 퇴거를 당하는 세입자들에게는 법적인 이주대책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며 "대구시는 세입자와 원주민을 '토끼몰이'하는 도시정비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오환 대구시 도시재창조국장은 "재건축의 경우 세입자 보상대책을 마련할 마땅한 상위법이 없어 조례를 제정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다양한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세입자 주거권 보장과 관련한 갈등이 생기는 만큼 국토부에 법적인 장치와 구체적인 대책을 건의하고 시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시민사회단체는 오는 28일 대구시의회에서 대구 도시정비사업 주거 세입자 권리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세계 주거의 날=유엔은 인간의 안정적인 정주권 보장이 전지구적 책임임을 강조하기 위해 지난 1985년 매년 10월 첫째 주 월요일을 '세계 주거의 날'(World Habitat Day)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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