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전 세계 141개국 1만2천여 명의 기업인을 상대로 '앞으로 10년 내 가장 큰 리스크'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한국은 '실업 및 불완전고용'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고 미국은 해킹을, 일본은 지진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땅한 일거리가 없어 쉬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 뭐…"라는 말을 흔히 듣게 된다. 입으로는 농사를 말하지만 농사가 얼마나 고된 일인지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따라서 '농사나 짓는다'는 말은 그냥 한 번 해보는 소리이거나 심각한 실업난 탓에 더 이상 취업 가능성이 없고 비빌 언덕도 없는 처지라는 의미다.
그런데 실제 농림어업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는 통계다.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2016년까지 매년 6만2천 명씩 감소하던 농림어업 취업자가 2017년 6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후 1년 새 9만4천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조업 취업자가 같은 기간 10만5천 명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국내 실업자 수는 2000년 이후 최대인 107만여 명을 기록했다. 2016년 이래 3년 연속 100만 명을 웃돌았다. 특히 15~29세 청년층은 넷 중 하나가 넓은 의미의 실업자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54조원의 재정을 쏟아붓고 받은 성적표다.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한 매체에 기고한 칼럼에서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는 경제 기반의 붕괴 신호'라고 주장했다. 농림어업 생산성이나 두드러진 매출의 변화 없이 농림어업 취업자가 통계적 추세를 뛰어넘을 정도로 증가하는 것은 제조업, 서비스업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어 결국 농림어업으로 떠밀리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농림어업(6만9천 명)과 공무원(2만9천 명) 취업자만 늘었을 뿐 제조·서비스업에서는 오히려 8만9천 명이 줄었다. 이는 세금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경제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징후다. 이런 추세라면 탈(脫)제조업에 따른 농업국가로의 진행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농사나 짓지'라는 말이 이제 씨가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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