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인'보다는 '시니어', '이용권'보다는 '바우처' 선호하는 공공기관

전문가들, "정부 중점과제로 선정하고, 국어전문관 도입 확대해야"

"'노인'이라고 쓰면 불쾌감을 드러내시는 분들이 많은데 '시니어'라고 하면 반감이 크지 않거든요."

대구 한 구청에서 노인 복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 A씨는 "굳이 왜 영어를 가져다 써야 하는지 지적하는 분들도 있지만, 반대로 외국어로 표현했을 때 더 그럴듯해 보이고 반감을 완화하는 효과까지 있어서 자주 사용하게 된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외국어를 쓰면 단어를 더 짧고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문화시설 담당 한 공무원은 "문화바우처의 경우 '바우처'라고 쓰지 않고 '복지상품권' 혹은 '문화시설 이용권' 등으로 풀어쓰게 되면 글자 수가 너무 길어지는 탓에 어느 때부터 '바우처'가 그냥 용어로 자리 잡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무원들의 무분별한 외래어 남용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말 정체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만큼 정부기관 및 지자체 등에서부터 우리말 순화에 관심을 갖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중점과제 중 하나로 선정해 대대적인 홍보활동과 교육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경북대 명예교수)은 "국어기본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과 지역어 보전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는 규정에 그치고 있어 공무원들이 소홀히 여기는 것 같다"며 "외래어·외국어를 우리말로 순화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강한 제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어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국어전문관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제갈덕주 대구대 전임연구교수(다문화사회정책연구소)는 "국어를 전공한 석·박사급 인력을 투입한 국어전문관 설립이 시급하다"며 "이를 통해 기관별로 실태조사도 하고, 국립국어원이 사용을 권장한 순화한 우리말 표현을 빠르게 정착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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