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거짓과 위선의 가짜 촛불은 가라

석민 선임기자

석민 선임기자
석민 선임기자

조국 사태가 거짓과 진실, 옳고 그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상식과 정의의 관념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든지 반대했든지 관계없이 그가 꿈꾸었던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이 우리 국민이 바라는 바람직한 대한민국의 모습이라는 것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쳤던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반대하는 보수·우파 역시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좌·우, 보수·진보에 관계없이 이것은 대한민국의 상식이었다.

조국 사태는 그동안의 상식과 정의를 뒤엎었다. 대를 이은 조국 가족의 웅동학원 비리 혐의에다, 조국 자녀 입시 부정 의혹, 정권 실세의 자리에 있으면서 사모펀드를 운영한 의혹 등 온갖 범죄의 피의자가 법무부 장관이 된 대한민국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시절에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가 되었다. 대한민국 법무부(法務部)가 법무부(法無部)로 바뀐 셈이다. 조국 법무부(法無部) 장관 부인 정경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 그동안 아무도 피하지 못했던 '검찰 포토라인'을 무력화시키며 황제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그들만의 특권과 반칙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통곡할 노릇이다.

더욱 가관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런 조국을 두둔하며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뿐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으로 나름 대접받고 있는 사람들이 궤변과 요설의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심지어 초·중학생들까지 동원해 동요를 개사해 부르게 하며 조국의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 정말, 역겹고 극악무도한 '조국스러운 짓거리'를 서슴지 않는 이들의 정체는 뭘까?

소위 좌파·진보 세력이라고 해서 모두가 상식과 정의를 내동댕이친 건 아니다.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조국 사태에 침묵하는 좌파를 비판했고,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조국을 뇌물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의'와 '민주'를 입에 달고 살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종교계 단체를 비롯한 각종 좌파·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꿀먹은 벙어리이다. 오히려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촛불집회를 열며 '우리가 조국이다'를 외친다. 그들이 조국만큼 특권과 반칙을 누리면서 호의호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조국스러운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역사는 말한다. 숱한 진실이 역사 속에 묻혀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한 번 드러난 진실이 결코 다시 역사 속에 묻힌 적은 없다. 조국스러운 자들의 거짓과 위선은 언젠가 만천하에 그 추악한 실체가 밝혀지게 될 것이다. 아니, 지금 그 괴물스러운 정체를 하나씩 드러내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진실과 거짓, 선과 악의 싸움은 그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아직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살아 있다면 말이다.

조국 사태로부터 양심 있는 진보·좌파 세력은 물론, 보수·우파 역시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성공적 산업화의 강한 빛 반대쪽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조국스러운 자들'은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민주화의 가면과 위선으로 어둠의 세력을 키워온 것이다. 조국 사태를 극복한 새로운 대한민국이 산업화의 그늘과 민주화의 그늘을 모두 치유해야 하는 이유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개인이나 그 가족에 대한 정의의 심판만으로는 부족하다. '조국스러운 자들'을 양산해 내는 그 어둠에 빛을 비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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