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갤러리 더키움 김동진 서예추상전

김동진 작
김동진 작 '無盡藏'(무진장)

득어망전(得魚忘筌)이라 했다. 고기를 잡았으면 통발을 잊으라는 훈계다.

문자를 통발로 삼아 조업을 하는 서예는 문자의 조형성과 이에 기인한 기록가치의 미학을 극대화하는 작업이다. 문자를 매개로 하되 이미 쓰인 문자는 이미 문자의 속성을 넘어 예술적 조형성을 한껏 머물고 있기 마련이며, 서예는 바로 문자의 속성 너머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갤러리 더키움은 서예가이면서 회화가인 김동진 작품전 '획의 변주곡, 김동진의 서예추상'전을 펼치고 있다.

수려하면서도 질박한 고졸미를 최고선으로 여기는 서예는 문자 자체의 형상과 함께 문자와 문자 사이 공간인 여백의 조화도 획 못지않게 중요하다. 김동진의 작업은 문자추상이나 추상동양화와는 달리 서예의 획에서 시작하는 추상화이기 때문에 '서예추상'이라고 부른다.

화면을 가득 채운 문자와 함께 일정 공간엔 색채를 띤 추상화가 느닷없이 나타난 그의 작업은 이번 전시회의 주제처럼 '획의 변주곡'인 셈이다. 어떤 장르이든 변주가 가능하려면 오랜 숙달 기간이 필요한 법. 김동진의 서예추상도 역시 40개 성상을 임서와 창작의 과정을 거치면서 마침내 그 굴레를 벗어나려는 순간 터득하게 되는 점과 획의 필치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그러한 노력의 결과를 이번에 회화와 설치 작품 40여점에 압축시켜 놓았다. 전시는 11월 2일(토)까지. 문의 053)561-7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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