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덕이어 울진서도 "영덕~삼척 철도공사가 피해 키웠다"

영덕에 이어 울진도 비난 목소리 높아져
양 지자체 현장 조사 후 공동대응

울진군 평해면 김종현 씨가 태풍
울진군 평해면 김종현 씨가 태풍 '미탁'으로 무너진 도로와 흙더미에 덮힌 자신의 논을 가르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 씨는 바로 옆 철도공사 현장 탓에 피해가 더 커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신동우 기자

경북 울진군 평해면에 사는 김종현(76) 씨는 태풍 '미탁'으로 자신의 논 2천여㎡가 흙더미 등으로 덮히는 피해를 입었다.

사육 중이던 소를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한 마리가 죽었고, 축사 곳곳이 무너져 나머지 소 16마리는 인근 이웃집에서 더부살이 중이다. 지금도 논의 절반을 덮고 있는 흙더미와 빈 축사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김 씨는 논과 축사 인근에서 진행 중인 철도 교각 공사가 피해를 키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철도 공사를 위해 성토하면서 농수로가 김 씨 논 앞에서 끊겨버렸는데, 이번 태풍 때 내린 비로 끊긴 농수로에서 물이 넘쳐 논과 축사가 침수됐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철도 터널 공사 현장에서 나온 흙더미까지 무너져 논을 덮어버렸다는 것.

김 씨는 "철도 공사 전까진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농사도 망했고, 삶의 터전도 무너졌다. 다른 곳보다 지대가 낮아 침수 피해가 컸다"고 하소연했다.

경북 영덕에 이어 울진군에서도 철도공사 때문에 태풍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터널, 교량, 정거장 등을 위해 쌓아놓은 흙벽이 무너지거나 공사에서 나온 흙을 쌓아놓은 더미가 흘러내리는 바람에 태풍 피해를 키웠다는 목소리가 울진과 영덕 주민들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포항~삼척 간 철도는 포항을 출발해 영덕, 울진, 강원 삼척 등 동해안 166.3km를 잇는 교통망이다. 지난해 1월 포항~영덕간 노선(44.1km)이 우선 개통됐고, 영덕~울진~삼척 구간(122.2km)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이다.

포항~삼척 간 철도엔 터널 65곳(8만5천597m), 교량 87곳(2만4천600m), 정거장 18곳 등이 들어서는데, 공사가 진행 중인 구간의 경우 대부분 흙벽이 높이 쌓아 올려져 있다. 실제로 공사현장이 있는 영덕군 병곡면 60여 가구, 울진군 평해면 100여 가구, 울진군 기성면 30여 가구 등이 철도 공사로 인해 직·간접적인 태풍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응급복구에 급급한 상황이라 정확한 피해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 사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지금 현장 공구별로 철도 공사로 인한 피해 여부및 현황을 조사 중"이라며 "다만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마을 주변 산지 및 계곡부에서 흘러내린 토사 등 침수 피해도 섞여 있어 정확한 원인 판단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피해 현황 조사와 함께 중장비 80대와 복구인력 125명을 동해안 피해 마을에 우선적으로 투입해 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이어지자 울진군과 영덕군은 피해 전수조사 후 대책을 마련하고 철도 공사에 따른 피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이갑수 울진군 안전재난건설과 과장은 "현재는 피해를 복구하는 일이 우선"이라면서도 "피해 조사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한 뒤 철도 공사로 인해 피해가 확인될 경우 영덕군과 함께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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