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새로운 경향, 보사노바(Boss Nova)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얼마 전 점심 식사 후 호수가 보이는 카페를 찾았다. 주문한 커피의 맛이 훌륭해 '여기까지는 완벽해. 여기에 음악까지 완벽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때 마침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보사노바(Bossa Nova) 음악. 정말 완벽한 오후였다.

보사노바는 1950년대 브라질에서 만들어진 음악장르이다. 브라질의 전통음악인 '삼바'와 미국의 '재즈(정확하게는 쿨 재즈)'가 만나 탄생한 음악으로 50~60년 정도의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시장에서 사랑을 받아 오고 있다. 우리의 대중가요 역사 속에서도 보사노바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 조덕배의 '그대 내 품에 들어오면', 마마무의 '우리끼리' 등이 보사노바 리듬을 사용한 노래들이다. 이렇듯 보사노바는 반짝하고 사라지는 트렌디한 음악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서 몇 십년동안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장르이다. 이렇게 보사노바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

보사노바는 과장되고 화려한 삼바 리듬으로부터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한, 꼭 필요한 것만으로 구성된 음악이다. 삼바 리듬을 바탕으로 강한 비트는 줄이되, 당김음을 통해 지루하지 않은 불규칙한 리듬과 2-5-1 진행으로 안정감을 주지만 세련된 조바꿈과 적절하게 쓴 텐션으로 다채로운 화성을 썼다. 게다가 호소 짙은 고음과 화려한 테크닉 보다는 낮게 대화하는 듯 한 발성으로 세련된 선율과 시적 가사로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다. 이전까지의 삼바 음악이 모든 면에서 브라질의 풍요로움을 시청각적으로 포장했던 것에 대한 반발의 정서가 생겨났고, 거기에 쿨재즈가 더해진 것이다.

쿨재즈는 1945년 제 2차 세계대전이 종결 된 후 탄생한 음악으로 당시에 유행하던 열광적인 비밥 스타일과 달리 모던하고 비브라토 없는 가벼운 음색으로 긴장을 풀고 듣기 편한 방식으로 연주하는 음악이다. 삼바의 전통에 쿨재즈가 더해져 보사노바라는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졌고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음악은 새로운 요소들을 만나고 결합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체와도 같다. 생명력을 잃지 않고 오래 오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본래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끊임없는 변화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브라질의 전통음악인 삼바가 미국의 재즈와의 결합을 통해 전 세계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음악이 된 것처럼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음악뿐이 아닌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실험적인 변화와 협업의 모습을 보게 되길 기대해 본다.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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