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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장벽 너머 '라이브 공연' 세상으로!

채명 무용평론가

채명 무용평론가
채명 무용평론가

해마다 가을이 되면 공연예술의 장이 여러 곳에서 풍성하게 열리지만, 그것의 수혜를 받는 이들은 아직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조금만 관심을 돌리면, 곳곳에 여러 장르의 공연을 접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무대라는 공간에서 열리는 예술을 접하기에는 많은 장애가 있다.

원하는 공연을 보려고 해도 대부분의 공연장소가 가까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공연 시간에 맞추려면 저녁 시간의 복잡한 교통체증을 감내해야 하고, 자신의 차를 이용하더라도 공연장의 충분하지 않은 주차장 시설로 인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명망이 있는 공연은 티켓 값도 만만치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연의 일정에 나의 일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이 있는 그 시간을 위해 나의 다른 일상을 양보해야 하는 것에 이르면, 사람들은 그들의 행보를 결정해야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이 공연을 꼭 봐야할 것인가? 그 많은 제약의 벽을 다 넘어서야만 하나의 공연을 즐길 수가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관객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와 같은 예술장르에 시간을 할애한다. 특히 여유가 없는 이들은 영화감상으로 그들의 지친 삶을 달래기도 한다. 그러나 공연예술을 즐기려면 경제적,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뒤따라야 한다.

30여 년 전 필자가 유럽에서 살았을 때, 그들이 일상적으로 공연예술을 즐기는 삶을 보며 부러워 한 적이 있다. 저녁시간을 여유롭게 지내는 그들의 한가로움, 아름답게 성장을 하고 와서 파티에 참석한 듯, 긴 인터미션에 음료를 나누며 대화를 즐기는 그들은 공연관람 재미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 같았다. 유학생 가정으로서 다소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하고, 그 나라의 예술을 공부하기 위해 주변을 서성이는 이방인의 눈에 그들은 부럽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80년대 후반 우리나라 공연문화와는 격이 다른 그들의 여유로운 공연관람 생활을 보는 것은 큰 문화적 충격이었다. 우리 사회도 곧 그렇게 되리라고 미래를 꿈꿔봤다. 공연예술을 즐길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면,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삶에 여유가 없다면 공연예술 세상과 가까이 하기는 쉽지 않다. 단편적이고 다소 쾌락적인 재미에 빠져 있다면, 품격 있는 공연예술을 즐기기 위하여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 많은 셈이다. 어제 밤 극장 '가락'에서 밴드 '그리GO'의 라이브 공연에 함께 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가득 메운 관객들의 즐거움이 가을밤을 달궜다. 이제 그 장벽을 넘는 시민들이 조금씩 늘어가는 세상이다! 채명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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