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나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활발하던 '초저가 경쟁'이 최근 편의점 업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일부 상품은 대형마트보다 편의점이 더 싸다는 분석까지 나오지만 출혈경쟁의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300원대 라면, 400원대 황사마스크
최근 이마트24,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들이 일제히 초저가 상품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 8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민생화장지 2종을 출시했다. 27m 길이 30롤이 8천250원, 40m 길이 12롤이 4천890원이다. 이 화장지의 1m당 가격은 10.19원으로 동일 품질 유명 브랜드 상품 대비 20~40% 저렴하게 출시됐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기우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에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나온 100% 천연 펄프만 쓴 고품질 상품"이라며 "천연펄프부터 원단 제조까지 일관 생산체계를 갖춘 제지회사와의 거래를 통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마트24는 초저가 판매전략으로 가맹점 매출을 증대시키는 전략으로 올초부터 민생라면(390원), 도시락김(16봉·3천180원), 황사마스크(KF94·470원) 등 '민생 시리즈'를 계속 내놓고 있다. 일반 편의점 상품 대비 20~50% 저렴한 가격이라 경쟁력이 상당하다.
민생라면은 지난해 10월말 출시 당시 가격인 550원에서 390원으로 낮춘 뒤 3주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 당시 가격으로도 농심 신라면 편의점 판매가인 860원보다 36% 쌌는데 이제는 반값도 되지 않는 셈이다.
◆파격가 간편식, 덤 대신 할인에다 초저가 택배도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도 파격가로 손님 모으기에 나섰다. 지난 5월 7일 출시해 7월까지 한시판매한 '핵이득 간편식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스팸김치 덮밥, 매콤제육 덮밥, 숯불갈비맛 삼각김밥 등 제품 5종으로 가격은 기존 상품의 60%선이었다.
최근에도 가격을 앞세운 상품 출시가 활발하다. 지난달 31일 출시한 'CU 실속500 라면'(500원)에 이어 10일에는 900원 커피, 1500원 식빵·모닝롤을 출시하는 등 '실속상품 시리즈' 출시가 줄을 잇는다.
회사 측은 화장지, 세제 등 생활용품 14개 품목은 1인가구가 주 고객층임을 감안해 '1+1' 같은 증정행사 대신 반값행사를 이달 내내 적용한다고 밝혔다. CU가 '실속상품' 행사를 여는 건 2007년 이후 12년 만으로 알려졌다. CU 관계자는 "다른 유통업종 대비 편의점은 접근성이 좋은 점을 활용해 생활필수품 중심으로 고객에게 합리적 소비를 제안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GS25는 지난 3월 전국 1만3천개 점포 물류망을 살린 택배서비스 '반값택배'를 시작했다. 기존 편의점 업계가 택배회사에 소비자의 물건을 이어주는 방식이었다면 GS25의 '반값택배'는 직접 소비자와 소비자를 이어준다.
1년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것도 장점이지만 1㎏이하 수화물은 2천원도 안되는 값에 보낼 수 있어 가벼운 물건을 부치기에 유리하다. 기존 택배 전문업체의 서비스가 3천원대부터 시작하는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수준이다. GS25의 전월 대비 반값택배 이용량 증가율은 지난 4월 56.6%, 6월 13.3%, 7월 18.6%, 8월 17.9%로 매달 증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저가 수입맥주 판매가 돋보인다. 스페인산 필스너 계열 맥주 '버지미스터', '라에스빠뇰라' 등을 500㎖ 4캔 5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일반적인 수입맥주 판매공식인 '4캔 1만원' 의 절반 가격이다.
◆"편의점이 더 싸네", "소비자 피로감 우려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형마트보다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게 유리한 제품도 생긴다. 대형마트에는 없지만 편의점에서는 가능한 통신사 멤버십을 통한 5~10% 할인 혜택까지 더하면 가격 경쟁력은 더욱 커진다.
편의점은 24시간 영업, 소비자와의 가까운 거리 때문에 가격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영역이었다. '편리함'을 위해 조금 더 돈을 쓰는 장소였던 셈이다. 이 때문에 제품별 가격 경쟁은 치열하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있다. 하지만 편의점 주요 고객이 지갑이 얇은 10대와 20대라는 점에서 초저가 경쟁 효과는 분명히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300원대 생수 등 최근 대형마트의 초저가 경쟁이 옮겨왔다는 시각도 있다. 대구지역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가격 경쟁이 올해 유통업계 최대 화두"라며 "한 곳에서라도 초저가 행사를 하면 손님을 뺏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서 저가 출혈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너도 나도 '초저가'를 외치며 경쟁하고 있어서 결국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초저가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 피로도가 증가할 수 있고 가맹점주의 수익이 악화될 수도 있는 점도 문제"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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