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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프리즘] 학종으로 대학가는 길 –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일까, '학업 태도'일까

김창식 영남고 진학부장
김창식 영남고 진학부장

수능시험을 불과 한 달 남겨놓은 고3 교실의 모습은 어떤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필요한 학생부교과전형이나 수능 중심의 정시를 준비하는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면 면접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번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서는 대다수의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지 않는다. 1단계 서류평가를 통과하면 대부분 2단계 면접을 통해 합격자를 가린다. 면접이 당락을 결정지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교내 모의 면접 활동 중 한 학생이 자기소개서 1번에서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이 어떻게 다른지에 질문했다. 그러자 또 다른 학생도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생님! 저도 학업과 학습이 어떻게 다른지 잘 구분이 안돼요."

사실 입시에 통달한 현장 교사들에게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 '학업역량'이라는 단어는 귀에 익숙하다. 하지만 정작 학종에서 의도하는 '학업'과 '학습'의 차이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입학사정관들이 말하는 '학업역량의 평가요소'는 교과 성적을 확인하는 '학업성취도'와 학습 태도를 평가하는 '학업태도와 학업의지'로 구분된다. 두 요소 모두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인터넷 사전을 찾아보면 '학업'의 ''업(業)'자 경우 '직업'이라는 의미가 가장 먼저 나온다. 즉 '학업'은 '배움을 직업'으로 여길 만큼 전문적인 교육 활동, '학업역량'은 그러한 활동을 해낼 수 있는 힘(능력)을 가졌는지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학습'은 '배울 학(學), 익힐 습(習)', 즉 '배운 것을 익힌다'는 의미다. 자신이 모르는 내용을 배워서 이해하고 익숙하게 하는 교육 활동이다.

따라서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학업'은 학자처럼 전문적인 지식을 탐구하는 이차원적인 교육 활동이다. 이 경우 '학습'은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배워서 익히는 일차원적인 교육 활동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학종 지원자들은 서류와 면접 평가에서 무엇을 보여주어야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까? 서울대 입학사정관은 "서울대는 자기주도적 '학업 태도'를 지닌 학생을 선발하고자 한다. 이는 수업을 듣고 궁금한 내용을 해결하기 위해 자의로 관련 도서를 찾아 읽거나 친구들 또는 교과 선생님들과 토론 활동을 벌임으로써 자신의 지적 호기심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거나 지식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 '학업 태도'와 '학습 태도'가 구별되어야 할 것 같다. 야간 자습을 열심히 하고, 매일 정해둔 계획대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학생은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를 지닌 경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배움을 업으로 삼을 만큼 자기주도적 학업 태도를 지닌 학생은 아닐지도 모른다.

학습 태도가 뛰어난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하지만 학교 교육의 최종 단계인 대학이 찾는 인재는 자기주도적인 학업 태도를 가진 학생이다. 학생과 학교 모두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

김창식 영남고 진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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