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책없이 쏟아지는 쓰레기] <8>도쿄도 직할 해상 인공 매립섬, 50년 내 '매립량 제로' 기술 확보 고심

폐기물 매립장 목적 조성 인공섬, 매립연한까지 약 50년 남아, 폐기물 매립량 줄이기 관건
매립 끝나면 불편 입은 주변 고토구·오타구에 분할 귀속 예정

일본 도쿄도 신해면 폐기물매립장에서 굴삭기가 구덩이에 소각재를 묻고 있다. 홍준헌 기자
일본 도쿄도 신해면 폐기물매립장에서 굴삭기가 구덩이에 소각재를 묻고 있다. 홍준헌 기자

일본 도쿄도 신해면 해상에 인공적으로 조성한 폐기물 매립장은 매립연한까지 50년(현행 연평균 매립량 기준 추산)밖에 쓰지 못한다. 고도 개발이 진행된 도쿄도 내에 매립장을 신설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 이에 도쿄도는 이곳 매립연한이 끝나면 더는 매립장을 만들지 않는 것을 목표로 연간 매립량 감축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정된 토양을 고려할 때 지역 내 폐기물 배출·매립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 이상이자 목표라는 입장이다.

◆도쿄 직할 인공섬 989만㎡

일본 도쿄도의 도심에서 바다로 6㎞가량 떨어진 곳의 도쿄 임해부에는 탁 트인 항구도시가 인상적인 도쿄만의 유명 관광지 오이다바가 있다. 인공섬인 오다이바에서 조금 더 바다 쪽으로 나가면 1973년 이후 도쿄 23개 구에서 나온 폐기물과 소각재를 매립해 온 대규모 간척지, 폐기물매립장이 나온다.

이곳 섬 면적은 약 989만㎡. 면적이 넓은 만큼 주변 고토(江東)구, 오타(大田)구, 주오(中央)구, 미나토구(港)구, 시나가와(品川)구 등 5개 구의 해안과 인접해 있다. 그러나 행정구역상 어느 구에도 속하지 않은 채 도쿄도가 직할하는 특이한 구조다.

매립섬을 도쿄도 직할 행정구역으로 설치한 것은 1960년대 발발한 '도쿄 쓰레기 전쟁'(매일신문 10월 8일 자 10면)이 계기가 됐다. 도쿄 23구에서 배출하는 폐기물이 모두 고토구 '유메노시마'(꿈의 섬) 매립장으로 모이면서 일대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했고, 결국 각 구에서 직접 처리하고 남은 소각재 등 최소한의 폐기물만 신설 매립섬으로 옮겨 묻기로 한 것.

도쿄 쓰레기 전쟁으로 시민들의 폐기물 처리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진 탓에 조성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됐다. 신설 지역 주변 주민과 간척으로 어업에 지장이 예상되는 어민을 설득한 뒤 일사천리로 간척을 시작했다.

일본 도쿄도 신해면 폐기물매립장 위성사진. 도쿄도 폐기물매립사무소 제공
일본 도쿄도 신해면 폐기물매립장 위성사진. 도쿄도 폐기물매립사무소 제공

도쿄도는 폐기물 침출수 누출에 따른 해양오염에 대비하고자 신해면 바다(수심 10m)의 해수면 아래 50m 지하까지 콘크리트와 준설토, 시멘트 등을 복합 설치, 간척지를 조성하고 폐기물에 따른 해양 오염을 막았다. 이후 이곳을 A부터 G까지 총 7개 구역으로 구획하고 차례대로 간척을 이어가고 있다.

각 구역은 쓰나미 등 자연재해를 피하고자 해발 6m 높이 지반을 조성한 뒤, 일렬로 웅덩이를 파 하나씩 메우면 돋움흙 사이를 다시 매립 웅덩이로 활용하는 샌드위치 매립 공법을 활용한다. 이처럼 먼저 조성한 구역을 활용하는 동안 후속 매립장 부지를 간척하는 방식이다.

도쿄도는 현재 활용 중인 B구역의 매립 연한이 약 10년 뒤 끝나 다음 C구역으로 옮겨갈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추이라면 약 50년 후쯤 매립장 전 구역의 매립 연한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도는 그 이후에는 매립장을 추가 조성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매립장을 무한정 늘리기에는 도쿄도의 간척 가능한 영해 면적이 부족하고, 궁극적으로는 남은 수십 년 동안 폐기물 배출·매립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일이 더욱 시급하다고 판단해서다.

현재 도쿄도와 23개 구는 지역 내 폐기물 배출량 감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도쿄23구 청소공장이 지닌 고온 소각 기술 덕분에, 폐기물 배출량이 늘어난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각재 발생량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1980년대까지 소각하지 않고 그대로 매립하던 음식물폐기물도 이후 전량 소각하면서 매립 부피를 줄였고, 이를 통해 지하 메탄가스 발생량도 줄어 매립 연한을 조금 더 확보했다.

다만 자전거나 가구 등 재활용이 어려운 중·대형 생활 폐기물을 부수거나 태우고 나오는 불연성 폐기물은 여전히 매립지 용량을 잡아먹는 주범이다. 도쿄도는 이 같은 물건을 가능하면 재활용할 수 있도록 자원 깨끗이 쓰기, 중고거래 등을 권장하고 있다. 아울러 도내 초등학생들에게 견학 프로그램을 제공, 폐기물 대란의 심각성을 알리고 배출량 줄이기 교육을 지속하고 있다.

◆향후 인접 지역에 보상, 인공섬 분할 귀속

도쿄도는 인공섬의 매립 연한이 끝나는 대로 이곳을 인접한 구의 담당구역으로 편입할 예정이다. 매립장 조성에 따른 불편을 보상하기 위한 것으로 어느 구가 얼마나 많은 땅을 가져갈지가 관건. 도쿄도는 오랜 논의와 협상 끝에 2017년 10월 고토구가 86.2%, 오타구가 13.8%의 매립지를 귀속하기로 결론 내렸지만 오타구가 반발하면서 아직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는 다른 인접한 3개구(주오·미나토·시나가와)도 매립지 귀속을 원했지만, 도쿄도는 매립지와 직접 교량·터널로 연결된 두 개의 구로만 범위를 좁힌 것이다.

폐기물 운반차량 통행 피해가 가장 컸던 고토구는 스포츠 명소 거점 조성을, 김 양식 주민들의 어업권 포기 피해가 극심했던 오타구는 하네다공항과 도쿄항을 잇는 관광·산업 진흥 공간을 각각 목표로 내세웠다.

도쿄도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임명한 자치분쟁처리위원회를 거쳐 "두 구 연안으로부터의 거리를 기본으로 하고 토지의 용도와 역사, 지리적 조건을 고려해 분할 비율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현재 오타구는 부지 면적이 너무 적다며 불복 입장을 나타내며 대립 중이다.

우에무라 키요시 폐기물매립관리사무소 소장은 "가능하면 매립량을 점차 줄여 매립연한을 최대한 늘리고 장기 사용하는 것이 목표로 최고의 폐기물 정책을 실현할 것"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불변을 겪어온 고토구와 오타구가 원하는 매립지 활용 기대에 부응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에서 홍준헌 기자

우에무라 키요시 도쿄도 폐기물매립관리사무소 소장이 매립장 운영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홍준헌 기자
우에무라 키요시 도쿄도 폐기물매립관리사무소 소장이 매립장 운영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홍준헌 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