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로컬 크리에이터와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

전창록 경상북도경제진흥원 원장

전창록 경상북도경제진흥원 원장
전창록 경상북도경제진흥원 원장

10월 11, 12일 제1회 '2019 로컬 크리에이터 페스타'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렸다.

지역 공동체 복원과 도시 재생의 중요한 동인으로 로컬 크리에이터가 화두가 되면서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3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힙지로 열풍에서도 로컬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힙지로는 새롭고 개성이 강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 '힙'과 '을지로'의 합성어로, 뉴트로 문화에 열광한 밀레니얼들이 인스타에 경쟁적으로 사진을 올리면서 유명해진 을지로 3·4가 일대를 얘기한다.

을지로만이 가진 '낡았다'가 몇몇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노력으로 '그래서 새롭다'로 재 해석되면서 낡고 쇠락해가던 을지로 일대가 다시 활기를 찾게 된 현상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 자원·문화·커뮤니티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거나, 잊히거나 버려진 지역 자원을 발굴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덧입혀 새 생명을 불어넣는 창의적 소상공인들을 말한다.

지금 지방은 지방소멸이 큰 화두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위험 지역'은 89곳으로 전체 대상의 39%를 차지한다. 특히 경북은 지난해 9천970명의 청년이 순 유출됐고, 23개 시군 중 19곳이 위험지역일 정도로 지방 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

지방 소멸의 대안은 청년의 유입과 정착이다.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광주·군산 등 일부 지역에선 지역 상생형 일자리를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일자리 문제의 해결은 필요조건이다. 여기에 라이프 스타일이 살아 있는 살고 싶은 도시, 매력적인 도시·지역이라는 충분조건이 충족되어야 젊은이들이 지역에 머물게 되고 정착하게 된다.

그렇다면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볕 잘 드는 마을이라는 뜻의 산양면 현리라는 마을이 경북 문경시에 있다. 이 마을은 신라 시대 근암현으로 시작해 고려 초 산양현이 된 천 년이 넘은 마을로 비단 같은 금천(錦川)변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 지난해 8월부터 부산에 살던 20대 청년들이 '리플레이스'란 회사를 만들어 '화수헌(花樹軒)'이란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열었다.

20대 대표는 "리플레이스는 낡고 손상된 것을 대체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지금의 청년들은 도시생활과 삶에 지쳐 있다"며 "그래서 그 허물어진 청년들의 마음을 이곳에서 희망으로 대체하고 싶다"고 했다.

젊은이들의 감각으로 공간을 꾸미고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디지털로 소통하고 알린 결과 주말에는 예약이 차고, 마을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이 리플레이스팀이 바로 로컬 크리에이터인 것이다. 이들은 바로 경상북도가 시행하는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의 시범 사업팀이다.

조심스럽지만 이들의 작은 성공에 고무돼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 사업은 지난해 1기 100명을 선발하는 사업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고, 올해 2기 선발 중에 있다.

1기 사업팀 중엔 경북 의성에서 때묻지 않은 시골을 배경으로 예술성을 강조하며 웨딩사진을 촬영하는 노비스르프 사진관이 있다. 이 사진관은 의성에 새로운 문화를 더하고 있다.

지방소멸의 대안인 지역공동체 복원은 일자리만을 말하는게 아니다. 생존을 위한 일자리 문제 해결은 지역공동체 복원의 필요조건이고, 매력적인 지방도시의 존재는 충분조건이다.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 창업팀들이 각자 하나의 성공을 넘어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지역의 상생과 부활을 엮는 마중물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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