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말다툼이 벌어졌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권영진 대구시장을 향해 칭찬을 이어가던 중 "광주시와 달빛동맹,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이른바 '5·18 망언'에 대한 사과 등 '대구는 수구 도시'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시킨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한 게 발단이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보수나 새마을 같은 단어 말고 진보·개혁·혁신 같은 단어가 대구를 상징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자 권 시장은 "수구·보수라는 표현에 대해 대구시민이 억울해한다"고 했고, 지역구가 대구인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과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간 후 여러 기사의 인터넷 댓글창을 봤다. '맞잖아. 경상도는 수꼴(수구꼴통) 토왜(토착왜구)'라는 말이 보였다.
이 대목에서 다음 두 장면이 떠올랐다.
#1. "서울, 충청에서 기자 생활하는 대학 동기들이랑 안동을 다녀왔는데 가장 호응이 좋았던 곳은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이었어요."
고향이 대구경북인 A기자가 커피를 마시다 대뜸 이같이 말했다. A기자는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대학 동기들과 안동에서 모임을 하며 하회마을, 병산서원 등 안동 곳곳을 둘러봤다고 했다. 그가 친구들과 헤어지기 전 "어디가 가장 좋았느냐"고 묻자 이러한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A기자는 "걔들은 독립기념관이라면 천안밖에 몰랐던 거죠. 그리고 경북이 전국에서 독립유공자가 가장 많은 곳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고 놀랐나 봐요"라고 했다.
#2. "안동이 왜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를 내세우는지 모르겠어요. '독립운동의 성지'를 부각하면 더 좋을 텐데."
이 말을 한 사람은 민주당 소속 B국회의원이다. 그는 안동 출신도, 경북 지역구 의원도 아니지만 경북 독립운동사를 훤히 꿰고 있었다. 그는 점심을 먹는 내내 일타강사(1등 스타강사)라도 된 양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모티브가 안동이라는 점, 단일 마을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안동 내앞마을 이야기, 3·1운동 당시 경북의 학생과 유림이 앞장서 두 달 동안 80여 곳에서 90여 차례 만세운동을 벌인 일 등을 들려줬다.
B의원은 "시·군 단위의 독립유공자 수는 평균 30명 안팎인데 안동은 올해 기준 36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그다음인 영덕은 219명이나 있다. 심지어 광역단체인 제주보다 많다"고 했다.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김 의원이 한 말이 폄하 발언이냐는 차치하더라도 대구경북의 역사와 역할에 무지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대구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효시인 2·28 민주운동이 일어난 곳이고, 일제 침략에 맞선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이다. 경북은 1894년 갑오의병을 통해 51년 독립운동사 시발점이 된 곳이자 자정(自靖) 순국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이를 김영호 의원에게 일깨우고자 했을까. 14일부터 국회에서 김광림 한국당 의원 주최, 한국국학진흥원·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주관으로 경북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하는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이라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소중히 여기는 그곳, 안동 임청각이 생가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이 1911년 1월 압록강을 건너며 읊었던 도강시 구절을 목판으로 재현해 선보인다.
석주 선생은 이 시에서 "목이 잘릴지언정 종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이것이 대구경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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