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람보:라스트 워', 람보 시리즈에 대한 오해와 진실

당초 예정과 달리 시리즈물로 제작, 미국 등 제목 혼선 끝에 국내 '라스트 워'로 확정
등장 당시엔 전쟁영웅 아니었다, 전쟁 후유증 여실히 보여주는 피해자로 시작

37년간 지속된 레전드 액션 마스터 람보.

이제 시리즈 5편 '람보:라스트 워'가 다음 주 개봉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36세에 첫 편 주연을 맡은 실베스타 스탤론이 이제 73세가 되면서 그의 '인생 영화'가 마지막 전쟁만을 남겨둔 것이다.

람보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좋아했고, 북한의 김일성마저 무서워했다는 소문이 나돌 만큼미국 패권주의에 부합하는 영웅주의적 영화 캐릭터였다. 과연 처음부터 그랬을까. 람보의 마지막 전쟁을 앞두고 '람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얘기해보자.

◆1.'람보'는 영웅이 아니었다.

'람보'(1982)에서 람보는 베트남전이 끝난 뒤 사회로부터 냉대 받는 존재였다. 미군이 참전한 전쟁의 모든 병사들은 환영을 받았지만, 가장 혹독했던 베트남전은 미국에게 패전을 안기면서 이에 참전한 람보도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그런 람보가 전우의 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고엽제 후유증을 앓던 전우는 사망하고, 허탈하게 걸어가던 그에게 시골 보안관이 먼저 시비를 걸어온다. 우리 동네에 들어오지 말라며 구금하고, 구타를 일삼는다. 람보는 전쟁터에서 활약하던 전쟁 기술로 탈출하고, 산 속에 갇혀 생존하다 마을을 공격해서 불바다를 만든다.

람보는 상관이었던 트로트만 대령(리처드 크레나) 앞에서 오열한다. "군에서는 수백만 달러 장비도 다뤘지만, 여기서는 주차관리원도 하기 어려워요." 람보는 전쟁을 찬양하는 전쟁광이 아니라 전쟁의 참상과 트라우마를 여실하게 전해준 반전 캐릭터였다.

1편에서 사망한 사람은 헬리콥터에서 추락한 경찰 1명뿐이었다. 마지막 자막과 함께 흐르는 댄 힐의 노래 'It's a long road'는 '그것은 먼 길이예요. 그리고 끔찍하고 힘든 길이죠'라고 그들을 위로한다.

그런 '람보'가 2편에서는 베트남에 억류된 미군 포로를 구출하는 조건으로 가석방된다. 그리고 58명이나 적을 사살하면서 미국 영웅으로 재탄생한다. 3편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소련군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면서 미국 패권주의의 첨병으로 자리 잡는다. 3편에서는 78명을 죽이고, 4편에서는 83명을 죽인다. 특히 4편은 눈뜨고 못 볼 정도로 잔인하다.

◆2. '람보'는 시리즈물로 기획되지 않았다

'람보' 1편은 단발성 영화로 기획됐다. 람보가 죽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초기 각본에서는 경찰과 대치하던 람보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그러나 이는 기획 초기에 너무 우울한 결말이라는 이유로 결국 자수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캐스팅 단계에서 람보 역에 스티브 맥퀸이 고려되기도 했다. 트로트만 대령 역에 커크 더글러스가 캐스팅됐지만 람보가 마지막에 죽는 것을 원하면서 출연을 포기했다고 한다. 당초 예정대로였다면 후속 시리즈도 없었을 것이고, 1편은 액션형 반전영화로 길이 남았을 것이다.

영화 람보 1편, '퍼스트 블러드' 스틸컷
영화 람보 1편, '퍼스트 블러드' 스틸컷

◆3. 1편 제목은 '람보'가 아니었다

1편의 미국 제목은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였다. '먼저 건 시비' 정도로 번역될 의미였다. 일본에서 '람보'로 먼저 개봉했고 1983년 6월 한국에서도 '람보'로 개봉했다. 일본에서는 '람보'가 '난폭(亂暴)'과 비슷한 발음.

'람보'의 제목은 이후 우여곡절을 겪었다. 2편(1985)이 만들어지면서 한국에서는 '람보2'로 개봉했지만 미국 제목은 'Rambo:First blood part2'로, 전작의 속편임을 명시하면서 '람보'가 처음 제목으로 등장했다.

1988년 '람보 3'에서야 한국과 동일한 'Rambo3'. 그러나 이후 또 꼬이기 시작한다. 2008년 4편의 미국 제목은 그냥 'Rambo'였다. 한국 1편의 제목과 같아진 것. 그래서 한국에서는 4편을 '람보4:라스트 블러드'로 달았다.

여기서 또 오류가 발생했다. '라스트 블러드'를 너무 일찍 써 버린 것. 다음 주 개봉하는 5편의 미국 제목은 'Rambo:Last Blood'.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의 종결임을 의미하는 '라스트 블러드(Last Blood)'로 확정한 것이다.

4편에서 '라스트 블러드'를 써 먹었던 한국은 궁여지책으로 5편의 제목을 '람보:라스트 워'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미국 제목이 정확하게 넘버링이 되지 못한 것은 해당 영화가 당초 시리즈물로 기획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 람보 시리즈
영화 람보 시리즈

◆화려하게 등장한 영웅의 퇴장

5편에서 람보가 싸우는 적은 멕시코 카르텔이다. 지옥 같은 '피칠갑' 인생을 살았던 람보가 노년을 맞아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시. 딸처럼 여겼던 옆집 소녀가 마약 갱들에게 납치되면서 전쟁 본능이 깨어난다. 장총과 단검, 활 등을 활용해 1인 액션 활극을 보여주면서 파란만장(?)한 람보의 마지막 전쟁을 끝낸다.

전쟁 상처로 고통 받던 젊은이(1편)가 육해공을 난무하는 전투로 적을 섬멸하며 미국 영웅으로 떠올랐다가(2,3편), 어느 순간 적을 산산조각내면서 살육의 향연을 즐기는 전쟁광으로 전락(4편)하는 희대의 시리즈 '람보'.

3편으로 끝났어야 할 시리즈가 처절하게 이어진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 이번 '람보'의 퇴장이 한편으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처럼 아스라한 감정으로까지 다가온다.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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