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2의 설리 막자"…커지는 '악플 규제' 목소리

연예인·일반인 노린 무차별적 사이버 불링 SNS에서 성행
'탈 코르셋' 등 여성 문제 적극 행보로 악플·루머 쏟아져
실명제·설리법 도입 움직임에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도

지난 14일 가수 겸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연예인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악성 댓글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리 인스타그램·소속사 홈페이지 캡쳐
지난 14일 가수 겸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연예인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악성 댓글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리 인스타그램·소속사 홈페이지 캡쳐

취미로 영상 매체 유튜브(Youtube)에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Vlog·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를 올리던 직장인 A(26) 씨는 최근 채널을 닫았다. 일부 누리꾼들이 "업무시간에 일은 안하고 유튜브로 돈을 버는 김치X"라며 성희롱에 가까운 '악플'(악성 댓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았다는 A씨는 "외모나 신상에 대한 조롱과 욕설이 계속 올라왔고, 다른 누리꾼들도 분위기를 타고 비슷한 악플을 남겼다"면서 "언제든 악플러가 찾아와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도 넘은 사이버 명예훼손

지난 14일 가수 겸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악성 댓글'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 씨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그 원인으로 수 년간 이어져온 누리꾼들의 악플 등 '사이버 불링'(Cyberbullying) 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사이버불링이란 SNS 등 인터넷 공간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최 씨는 생전 일명 '탈 코르셋' 등 여성 문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수많은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받았다. 2014년에는 이로 인해 활동을 한 차례 중단하기도 했고, 복귀한 이후에도 우울증을 앓아왔다고 유가족은 설명했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사건은 1만5천926건으로 2017년 1만3천348건보다 약 19.3% 늘었다. 2010년대 초만 해도 한 해 평균 5천~6천 건에 그쳤지만, 2014년 8천880건에서 이듬해 1만5천43건으로 급증했다.

대구 사정도 다르지 않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674건이 접수됐던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사건은 지난해 739건까지 늘었고, 올해도 9월까지 579건이 들어왔다. 경찰 관계자는 "명예훼손·모욕은 당사자의 고소로 수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고소하지 않은 건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은 사이버 명예훼손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수 겸 배우인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성남시 자택에서 14일 오후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겸 배우인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성남시 자택에서 14일 오후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실명제·설리법 도입 vs 표현의 자유 침해

현행법 상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악플러 대부분은 적은 금액의 벌금을 내는 데 그치고 있어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익명성의 뒤에 숨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댓글을 남기는 '악플러'들을 제재하기 위해선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상대로 '인터넷 실명제'에 관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9.5%가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이나 나이, 지지 정당 등과 상관없이 댓글 실명제에는 찬성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2007년 포털 사이트 등에서 도입됐던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폐지된 바 있다.

최근 가수 겸 배우인 설리의 사망으로 악성댓글(악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16일 대구 동문고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피켓을 들고 선플달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학생들은 선플달기운동본부 회원으로 선플달기 캠페인 전개 등을 통해 건전한 인터넷 문화조성과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기여 하고 있다. 선플달기운동본부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약 7백만 여 개의 선플을 달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악플은 사라지지 않고 있어 선플 인성 교육 의무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최근 가수 겸 배우인 설리의 사망으로 악성댓글(악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16일 대구 동문고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피켓을 들고 선플달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학생들은 선플달기운동본부 회원으로 선플달기 캠페인 전개 등을 통해 건전한 인터넷 문화조성과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기여 하고 있다. 선플달기운동본부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약 7백만 여 개의 선플을 달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악플은 사라지지 않고 있어 선플 인성 교육 의무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정치권에서는 '설리법'이라는 이름으로 악플방지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안신당(가칭)은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한 청년의 일상을 두고 표현의 자유라는 가면을 쓴 채 수많은 악플러들은 그의 인격을 짓밟았다. 설리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며 실명제를 비롯한 악플방지법 도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결국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형태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권장원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규제 강화에만 나선다면 여론의 건전한 자정작용까지 위축시키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라며 "특히 규제는 언제든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이용돼왔고, 특정 사안을 은폐하거나 숨기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 응답이 69.5%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 응답이 69.5%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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