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조국(曺國)은 어디로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의 시 '낙화' 중 한 구절이다. 법무부 장관을 사퇴한 조국 씨의 뒷모습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다. 가야 할 때를 한참이나 놓쳤기 때문이다. 조 씨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검찰 개혁을 들먹이며 장관 사퇴를 분식(粉飾)하려 애썼지만 구차한 변명에 불과했다. '가는 곳마다 둘로 갈라 놓는다'는 조 씨가 앞으로 어디로 갈지에 관심이 갈 뿐이다.

①서울대로=조 씨는 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한 지 20여 분 만에 서울대에 복직을 신청했다. 신고만 하면 복직이 가능한 만큼 조 씨는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돌아가게 됐다. 2학기가 시작돼 강의를 새로 개설할 수 없어 조 씨는 내년 1학기 개강 전까지 연구교수로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상당수 서울대 학생들이 조 씨의 복직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등·공정·정의를 내팽개친 장본인이자 부끄러운 동문 1위로 꼽힌 조 씨가 평등·공정·정의를 가르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②총선·대선으로=조 씨는 장관 지명 발표 전 고향 부산을 찾아 대통령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듯한 행동을 했다. 소주 세 병을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왼쪽부터 상표를 차례로 읽으면 '대선, 진로, 좋은데이'였다. 조 씨가 부산에서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되고 대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있다. 대립과 분열의 아이콘이 된 조 씨가 정치인이 돼서도 대립·분열을 촉발할지 걱정이다.

③집으로=조 씨는 사퇴의 변(辯)에서 가족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것을 고려하면 조 씨는 아버지, 남편으로서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가장으로서 만신창이가 된 가족을 잘 다독이기 바란다.

④서울중앙지검으로=조 씨는 수많은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검찰은 사퇴와 관계없이 계획대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고 곧 조 씨를 소환할 예정이다. 조 씨는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 후에야 서울대 복직, 정치 입문이 가능할 것이다. 조 씨의 앞으로 행보는 검찰 수사 결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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