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라져 가는 대구의 명물거리 수수방관할 것인가

대구시 남구 이천동에 있는 고미술거리가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근에 대규모 주택 재개발 사업이 벌어지면서 고미술품 상인들이 하나둘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고미술거리 내 상점 50여 곳 중 15곳 이상이 재개발 부지 안에 있고, 상인들 대부분이 세입자여서 건물주의 이주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천동 고미술거리는 1960년대부터 조성된 고미술품 거래 업소 밀집 지역으로 남구청이 정부 지원을 받아 고미술 특화 거리로 조성한 곳이다. 그동안 테마 거리와 관광 활성화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조만간 900여 가구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이런 노력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고미술거리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것이다.

현재 조합의 보상 작업이 마무리 단계여서 내년에는 철거에 들어갈 전망이다. 상인들은 한숨을 짓고 있다. 문화재 매매업은 한곳에 모여 있어야 영업에 유리한데, 마땅히 옮겨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조합에서 제시한 이주비 보상금도 특수 포장이 필요한 고미술품의 특성상 이사 비용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한다.

만성 적자에 따른 한약재 도매시장의 폐쇄를 앞두고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중구 남성동 일대의 약령시 골목도 그렇다. 약령시는 이미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2011년 현대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주변 상권은 되살아났지만, 점포 임대료 급등으로 많은 한약방과 약업사가 밀려났다. 커피점과 음식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이곳을 약전골목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콘텐츠 부족과 상업화로 방문객이 줄어들고 있는 방천시장 김광석거리도 회생 방안이 필요하다. 명품 골목과 명물 거리는 시민 생활의 질적 향상을 방증하는 문화 공간이자 대구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는 대구의 역사적 자취를 체감할 수 있는 주요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 대구의 전통과 문화의 숨결이 어린 명물 거리와 골목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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