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무조정실이 이낙연 국무총리의 일본 방문 일정을 발표했는데, '천황'이라는 표현을 써 국민들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10월 22~24일 2박3일 동안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 행사 참석을 비롯한 여러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그런데 국무조정실이 18일 내놓은 보도자료에 '천황'이라는 표기가 적혀 있어 눈길을 끈다.
상당수 국민이 천황 대신 '일왕'이라는 표기를 써야한다고 알고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다.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 이낙연 국무총리는 일본 나루히토(德仁) 천황 즉위식 행사 참석을 위해 10.22(화)~24(목)간 일본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ㅇ 도착 당일인 10월 22일에는 △천황 즉위식 참석, △故 이수현 의인* 추모비 헌화 △궁정 연회 참석 등 일정을 갖습니다.'
등 2개 문장에서 천황이라는 표기가 발견된다.

▶우선 답을 밝히자면, 정답은 없다.
천황(天皇)은 일본에서 쓰이는 표기로, 이를 한국에서는 일왕으로 바꿔 쓰거나 '일왕(천황)' '천황(일왕)' 식으로 하나에 대하 하나를 병기해 쓰는 경우가 많다. '덴노' 또는 '텐노'라는 일본어 발음 그대로를 함께 쓰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번처럼 천황이라고만 쓰는 경우도 꽤 된다.
일왕과 천황을 반으로 갈라 합친듯한 '일황'이라는 단어도 있다. 과거에는 일본을 낮춰 부르는 '왜'를 앞에다 붙인 '왜왕'과 '왜황', 그리고 가짜 황제라는 뜻의 '위황' 등도 쓰였다.
천황을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하늘의 황제'라는 뜻인데, 이에 대한 거부감이 다수 국민 사이에 존재한다. 일국의 군주를 가리키는 단어의 의미 자체가 지나치다는 반응, 그리고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과거사 문제에 연결고리가 걸려 만들어지는 거부감이다. 일제강점의 책임을 천황 일가에도 물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듯 언론에서는 '일왕'이라는 표기를 많이 쓰는 편이다. 특히 매년 삼일절, 광복절이 돌아오고, 위안부 및 독도 문제 관련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뉴스량이 꽤 되며, 특히 요즘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따른 양국 간 갈등 구도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과해 보이는' 천황보다는 '건조한' 일왕 표기를 쓰는 언론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지난 수십 년 간 호칭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일본과의 외교 등의 상황에서 천황을 그대로 써 왔다. 즉, 고유명사로 본다는 얘기다. '황제'가 '왕'보다 더 높은 지위라는 등 이런저런 해석을 적용하지 않는 셈.
다만 외교적으로는 상대 국가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그럴 순 있어도, 즉 일본에 전하는 공문, 예컨대 이번의 경우 정부가 나루히토 일왕에게 보내는 축전에는 그렇게 쓰더라도,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공직자의 방일 일정을 알릴 땐 국민정서상 천황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하느냐는 질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천황은 이젠 실권이 거의 없는 일본 군주에 대한 호칭이기 때문에, 즉, 현실에서는 황제도 왕도 아닌 일본의 상징일 뿐인 명예직 군주에게 붙이는 호칭이라서, 뭐라 불러도 큰 의미가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호칭 문제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풀이가 제기된다. 그 호칭에 담기는 의미가 변화할 경우다. 가령 아베 정권이 시도하고 있는 평화헌법 수정에서 천황을 헌법상 국가원수로 명시한다면, 이때는 우리 정부도 외교상 호칭을 바꾸는 외교 전략을 쓸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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