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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냐, 보존이냐" 팔공산 320m 구름다리 착공할 수 있나?

'팔공산 구름다리' 시민사회·종교계 역풍에 중단
갓바위 케이블카 1982년 이후 6번째 시도 무산
"갈등비용 커져… 조금씩 양보 절충안 만들어야"

팔공산 정상 비로봉. 대구 동구청 제공
팔공산 정상 비로봉. 대구 동구청 제공

"개발이냐, 보존이냐"

대구경북의 '영산'(靈山)으로 불리는 팔공산을 둘러싸고 끊임없는 잡음이 일고 있다. "지역을 상징하는 산인만큼 세계에 내세울 관광지로 개발하자"는 주장과 "자연환경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자"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공산에 320m 구름다리를?

대구시가 140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이른바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은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거센 역풍을 맞아 잠정 중단된 상태다.

시는 2017년 1월 "팔공산 케이블카 정상에서 동봉 방향 낙타봉까지 폭 2m, 길이 230m의 국내 최장(最長) 구름다리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2004년 대구를 찾은 관광객 중 58.6%에 달했던 팔공산권 관광객 유입률이 최근 10%대로 내려앉은 데다, 이마저도 대부분 등산이나 불교 관련 방문객이어서 관광객을 이끌어올 수 있는 핵심 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기본설계에서 길이를 320m까지 늘렸고, "개장 이후 5년간 1천670억원의 생산파급효과와 4천173명의 고용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내놨다.

팔공산 구름다리 조감도. 대구시 제공
팔공산 구름다리 조감도. 대구시 제공

그러나 지역 시민단체와 종교계는 자연환경 및 경관 훼손이 우려된다며 '팔공산 막개발저지대책위원회'를 꾸려 이를 거세게 반대해왔다. 이들은 "팔공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예산낭비 구름다리 사업을 전면 폐기하고, 팔공산을 온전히 보존하면서도 관광의 질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아 '환경 훼손은 제한적'이라는 결과를 발표했고, 지난 5월에는 시민원탁회의를 열어 '찬성 60.7%'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특히 준공 이후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보여 특혜 논란이 일었던 케이블카 업체와도 개발이익 환수 협의를 진행하면서 내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에 청신호가 켜진 듯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은 좀처럼 숙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시민단체 측은 지난 14일 감사원에 팔공산 구름다리와 관련한 공익감사청구를 신청하기까지 했다. 자연공원법과 입지선정위원회 조례 등 일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구름다리를 허용하면 '산악형 관광거점'이라는 명목으로 향후 팔공산에 수많은 인공시설들이 들어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면서 "자연공원으로서 보존해야 할 지역은 철저히 보존하고, 시설지구 등 개발이 가능한 부분에 한해 개발하는 것이 맞다. 대구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구시는 10월 현재 다시 사업 추진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민단체와 종교계에서 큰 우려를 하고 있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다른 부서와 협업해 교통이나 국립공원 문제 등 우려에 대해 다시 한번 세밀하게 검토하고, 반대의견을 반영하면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갓바위 케이블카' 6번째 무산

2016년 8월 대구시가 '설치 불가' 판정을 내리면서 일단락된 '갓바위 케이블카' 사업도 민간업체에서 지속적인 재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역시 환경과 문화재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무산만 반복하고 있다.

팔공산 갓바위. 매일신문DB
팔공산 갓바위. 매일신문DB

문화재청은 지난달 열린 문화재위원회 제9차 건축문화재분과위원회 회의에서 대구 한 업체가 제출한 '보물 제431호 경산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갓바위) 주변 케이블카 설치사업' 심의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부결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업체는 지난 8월 문화재청에 '국가지정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한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팔공산 관봉 갓바위 서쪽 225m 지점에 전망대와 승강장 등을 설치하고 대구 동구 진인동 갓바위 집단시설지구까지 1.2㎞의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의 회의 결과 케이블카가 종교적 상징성과 주변 경관을 해치고, 문화재 보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등 역사문화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최종 부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갓바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 추진됐다가 무산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1982년 당시 현재의 팔공산 케이블카와 함께 대구시의 도시계획안에 포함됐다가 불교계의 반대로 무산됐고, 2005년에는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팔공산 갓바위 케이블카 유치 추진위원회'까지 꾸려 설치를 추진했지만 불교계·환경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또 2009년과 2013년에는 기존 추진위에 동구지역 유지들이 투자해 만든 '갓바위문화관광개발'이 설치를 추진했으나 반대 여론과 문화재청의 불허로 역시 실패했다.

가장 최근인 2016년의 경우 문화재청 허가 없이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승강장 위치를 바꿨고, 때맞춰 정부의 규제 완화로 민간업체가 단독으로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돼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그러나 대구시가 ▷환경훼손과 안전문제 ▷주차 공간 부족 ▷참배방해로 인한 민원 등을 이유로 공원계획변경을 거부하면서 또 한 번 무산됐다.

이응재 전 갓바위 케이블카 유치 추진위원장은 "동남아권을 비롯해 다양한 불교국가에서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최고의 관광상품임에도 대구시의 추진 의지 부족으로 민간단체 차원에서 시도하다 '연전연패'한 것"이라며 "대구보다 늦게 케이블카 논의를 시작한 다른 지역의 상황을 볼 때마다 케이블카 설치에 실패한 게 매우 아쉽다"고 했다.

2016년 당시 제안됐던 갓바위 케이블카 조감도. 현장 사진에 케이블카가 운행하는 그림을 합성한 것이다. 매일신문DB
2016년 당시 제안됐던 갓바위 케이블카 조감도. 현장 사진에 케이블카가 운행하는 그림을 합성한 것이다. 매일신문DB

◆"대화 통해 절충안 만들어야"

이처럼 수많은 갈등 속에서도 개발 시도가 계속 이어지는 이유로는 팔공산이 관광지로서 가진 큰 상품성이 꼽힌다.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갓바위는 물론, 이름에 중국 관광객들이 행운과 부를 가져다준다며 선호하는 '팔'(八)자가 들어가 있다는 점도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

또 산악 관광지인 탓에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의 접근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도 개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다.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자연적 미도 있지만, 인공미가 주는 관광 매력 요소도 상당하다. 특히 팔공산에 어떤 시설이 생긴다면 대구의 상징이 될 수 있어 관광 유발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측 의견을 무시한 채 팔공산이 가진 관광지로서의 매력에만 집중해 개발에 나설 경우 자칫 수많은 갈등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개발을 추진하는 행정 당국이나 민간업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대화에 나서 절충안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응진 대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적정량의 방문객 수를 산출해 그 이상의 관광객을 받지 않는 식으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거나, 수익금 일정 부분을 팔공산 환경보호에 투입하는 등 행정 당국 차원에서 절충안을 만들 수 있다"며 "시민단체 역시 관광 활성화도 중요한 사업임을 인정하고, 불가역적인 환경파괴가 아닌 이상 조금은 양보해가며 대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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