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민들 사이 뿌리깊게 자리 잡은 재활용품 분리배출 체계는 곧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었다. 요코하마의 자원 재활용률은 80%대에 달할 만큼 높은 비율을 자랑한다. 지방정부 차원의 폐기물 저감 정책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마련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폐기물 대란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가 도입을 검토할 만한 제도들이다.
◆자동·수작업 공정으로 캔·병·페트 분류
최근 방문한 일본 요코하마 토츠카구의 '토츠카 자원선별센터'는 요코하마시가 설립한 공익재단법인 요코하마시자원순환공사가 운영하는 시내 재활용품 선별센터 4곳(토츠카구·미도리구·카나자와구·츠루미구) 중 하나이다.
이곳에선 요코하마 370만 인구가 매일 배출하는 병과 캔, 페트병 등 재활용품을 종류별로 분류해 자원별 재가공업체에 판매한다. 요코하마시는 각 재활용품을 나눠 수거하면 비닐봉지나 인건비가 더 든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봉투 하나에 캔·병·페트병을 모두 담아 배출하도록 하고 있다. 대신 자원선별센터에서 반자동 공정을 거쳐 분류한다. 이에 따른 재활용품 선별 비용은 1t당 3만원대로 한국(10만~20만원대)보다 훨씬 저렴하다.
오전 중 요코하마의 공공·민간 재활용품 수거차가 마을 곳곳에서 모은 재활용품을 센터 건물 안에 쏟아내자 수많은 재활용품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공장 곳곳을 이동했다. 각 수거차는 압축차량이 아니어서 모은 재활용품의 원형을 유지한 채 이곳에 쏟아붓고 있었다.
센터에선 모두 30여 명의 직원이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품목별 선별 작업을 했다. 대부분의 작업은 기계가 자동으로 처리하지만, 일부 복잡한 일은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보완하는 식이었다.
첫 공정은 기계가 찢은 비닐봉지 속 재활용 불가능한 폐기물을 수작업으로 걸러내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어 경사로에 다다르자 플라스틱·비닐 등 가벼운 것과 유리병·캔 등 무거운 것으로 나뉘었다. 해당 공정은 재활용품들이 가운데 금속 발을 설치한 경사로를 지나는 동안 가벼운 것은 발 위에 남고 무거운 것은 발을 통과해 아래로 내려가는 원리를 이용했다. 여기서 걸러진 플라스틱과 비닐은 다시 플라스틱이나 비닐로 재가공한다.
다음으로, 전자석을 지나던 철(스틸) 소재 재활용품이 일제히 걸러졌다. 이는 건설·건축용 자재로 재활용된다.
이후 재차 무게별로 구분해 알루미늄과 유리를 분류했다. 알루미늄은 다시 캔으로 가공하거나 창틀(섀시) 제조 소재 등으로 재활용한다.
마지막 공정에서는 자동 분류하지 못한 재활용품과 남은 유리를 분류했다. 유리는 색깔별로 별도 재가공해야 하는 원칙에 따라 수작업으로 무색·갈색·유색 등 분류를 마쳤다. 유리는 이후 병 가공업체나 아스팔트 공장, 유리섬유 제조업체 등으로 옮겨진다.
이후 재활용하기 어려울 만큼 잘게 부서진 폐기물은 소각장으로 보낸다. 또 분류를 마친 재활용품은 종류별로 보관하는 대규모 벙커에 모았다가 매일 일정량씩 묶거나 압축한 뒤 이를 필요로 하는 재가공 제조업체에 보내고 있었다.
요코하마 자원선별센터 4곳 중 공장지대에 세운 카나자와·츠루미 자원선별센터와 달리 토츠카·미도리 자원선별센터는 주택가에 있음에도 주민들이 소음이나 악취 피해를 호소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토츠카 자원선별센터는 토츠카구 외곽지에서 마을이 형성되기 전 이미 설립됐지만, 설립 초기부터 이미 오염원이나 소음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게끔 건축한 덕에 지금껏 별다른 논란이 일지 않았다.
우츠이 유타카 토츠카 자원선별센터 소장은 "공장은 매일 오후 5시면 가동을 멈추고, 벙커는 평소 악취가 새어나지 않도록 폐쇄해 둬 주민들이 불편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활용률 80%대 생활화, '내 젓가락 휴대' 운동도
요코하마시에 따르면 지역 내 소각장에 유입되는 재활용품 비율은 15% 안팎에 그친다. 재활용률 80%대를 자랑하는 것. 한국에서 재활용품이 소각장에 옮겨지는 비율은 50%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놀랄만한 성과다. 대구의 경우 재활용 가능 여부를 따지지 않은 채 표면적으로만 드러난 재활용률이 61.2%에 그친다는 점을 볼 때 상당히 뛰어난 성과다.
이는 일본 중앙·지방정부가 오랜 기간 철저히 마련한 정책과 인프라를 통해 분리배출 여건을 확립한 데다, 주민들 모두가 분리배출을 생활화한 결과다.
일본에서는 페트병의 뚜껑과 라벨을 모두 분리하고, 재활용품 내부도 가능하면 반드시 세척해 버리도록 하고 있다. 또 많은 지역에서 캔·페트병·유리병 등 일반 주민들 소비율이 높은 품목을 모두 지방자치단체 등이 직접 수거해 공공 처리하고, 종이나 의류 등 특수한 재활용품도 민간업체가 수거에 적극 나선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대형마트에서 유상 비닐봉지(1~2엔, 한화 11~22원 상당) 판매 ▷개인 물병(텀블러 등) 휴대 ▷리필 세제 활용 ▷중고매매 활성화 등 시대 변화에 맞춘 정책·캠페인 도입도 활발하다. 일회용 수저 사용을 줄이자는 '마이하시'(My+はし, 내 젓가락) 휴대 움직임도 일고 있다.
◆폐기물 현황 분석, "폐지·음식물 배출 줄이겠다"
요코하마시는 매년 폐기물 배출 현황을 분석하며 배출을 막을 수 있는 폐기물에 어떤 것이 있을지를 고심하고 있다. 특히 폐지, 플라스틱 용기 포장재의 소각장 반입을 막고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게 핵심 해결 과제다.
요코하마시 자원순환국이 매년 조사하는 폐기물 처리 현황에 따르면 요코하마 일부 지역에서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시작한 2004년(2005년 전역으로 확대)부터 지난해까지 14년간 소각한 재활용품 중 캔·병·페트병 등의 소각 비율은 애초 2%대에서 최근에는 0.9%로 줄었을 만큼 높은 재활용률을 자랑한다.
반면 같은 기간 폐지 소각 비율은 20%대 초반에서 10%대 초반으로, 플라스틱 용기 포장재는 10%대에서 5%대로 각각 절반가량 줄었으나 캔·병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상당량이 불타 없어지는 셈이다.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 목표다. 요코하마시에 따르면 지난해 수거한 음식물쓰레기 상당량은 조리 과정에서 나온 음식 부자재(52.65%)였다. 이어 먹다 남은 음식물(36.73%), 손대지 않은 음식물(10.61%) 등이었다. 요코하마시는 2021년까지 먹다 남은 음식물 배출량을 현재보다 20%가량 줄이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제대로 분리배출되지 않은 페트병 뚜껑과 라벨(총 페트병 수거량의 33%)도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주민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한편, 요코하마시도 도쿄도와 마찬가지로 지난 2017년 10월 주변 해상에 폐기물 매립장을 설치했다.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최대화, 최소한의 소각재만 매립한다는 국제 폐기물 처리 추세에 따라 소량의 소각재를 안정적으로 최종 처분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요코하마시 자원순환국 관계자는 "자원의 재자원화는 폐기물 배출량을 궁극적으로 줄이는 방안이다. 재활용할 수 있는 폐기물이 불필요하게 버려지지 않도록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해 매립 비율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홍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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