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수일 교수의 과학산책] 노벨상을 향한 도전

인수일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인수일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해마다 10월이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소식이 있다. 바로 노벨상 수상자 발표다. 노벨상이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스웨덴 출신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은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재산을 상금으로 주라는 유언을 남겼고 1901년부터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5개 분야에 수여하기 시작했다. 노벨상은 인류를 위한 학술적인 기여와 사회 문화적인 기여를 오랜 시간 검증함으로써 수상자가 선정되기 때문에 죽기 전에 받고 싶은 가장 영예로운 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노벨과학상은 공동 수상 증가와 수상자의 고령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초의 발견이 기술을 넘어서 문화로 자리 잡았을 때 수상한다고 봐야 한다. 우리의 일상에 혁신을 가져온 연구가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절대로 조급해서는 안 된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전무한 우리 현실에서 과학교육이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고 있는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과학 정책과 교육이 정쟁과 포퓰리즘에 희생되어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

핵심 소재 국산화로 무역 제재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있는 한국 과학계에 올해도 수상자 이름은 없었다. 반면에 일본에 또다시 노벨상을 안겨준 요시노 아키라 교수는 인터뷰에서 '쓸데없는 일을 잔뜩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요시노 교수는 이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리튬 이온 전지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 상용화에 이르는 기술이 절실한 지금 바다 건너 일본에는 올해도 노벨상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축제 분위기다.

필자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에 방문교수로 머물고 있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칼텍에 어렵사리 온 이유는 칼텍을 롤 모델로 세워진 우리나라 공과대학이 왜 칼텍을 따라잡지 못하는지, 근본적인 차이점이 무엇인가 찾고 싶어서다. 칼텍은 학부 학생 수가 1천여 명에 불과한 매우 작은 학교다. 그럼에도 세계대학 순위에서 줄곧 10위 안에 드는 명문대이며 몇 개의 종합대학을 제외하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이다. 외형적으로는 적은 예산으로 설립 가능한 학교처럼 비쳐 정치인들이 표심을 자극하기에 딱 좋은 규모다. 하지만 칼텍이라는 작은 학교에서는 3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우리나라에 칼텍을 모방해서 세운 공대가 무려 5개나 있음에도 그 목표를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공대의 성공은 설립의 당위성보다 세계적인 수월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경영 능력에 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발표가 있던 그 주에 한국에서 과학고 학생 80명이 다녀갔다. 선배 과학자로서 이역만리 칼텍까지 방문한 학생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면 좋을까 고민하고 연구했다. '사고의 유연함을 가져라, 튀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규모의 과학에 눈을 떠라, 체력을 키워라, 국제 분업을 하라', 리더가 될 준비를 하라 등 많은 주문을 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기성세대가 이러한 후배들의 도전을 수용할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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