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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행정 발목잡는 정치는 '하수'

엄재진 경북부 기자
엄재진 경북부 기자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내년 4·15 총선은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이런 전망은 중앙 정치뿐 아니라 지역 정치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탄핵과 촛불 민심을 등에 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과 취임 이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진보 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보수 정치의 본산인 대구·경북에서도 많은 진보 세력이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에 당선되는 엄청난 정치 변화가 빚어졌다. 게다가 자유한국당 공천 과정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상당한 인사가 단체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 성향을 달리하거나, 공천 과정에서 정치의 길을 따로 걸었던 단체장과 그 지역 국회의원, 그리고 보수 성향의 의원들이 장악하고 있는 기초의회는 줄곧 이런저런 마찰을 빚어오고 있다.

경북도청 신도시를 품어 경북 중심도시로 자리 잡은 안동지역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공천 과정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된 권영세 시장의 집행부와 김광림 국회의원 정치 세력의 마찰이 곳곳에서 불거졌다.

내년 4·15 총선이 안동지역 정치 지형에도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더 나아가 변곡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역 정치계의 공공연한 목소리도 이런 이유에서 시작된다는 현실을 지역 정치 지도자들이 새겨들어야 한다.

일찍이 안동지역 행정과 정치의 대결점이었던 '(사)세계탈문화예술연맹'(이마코) 존치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회장인 권 시장이 정관을 수정해 비상근직이었던 사무총장을 상근직으로 변경하면서 공채, 협조 관계였던 인사는 지방선거를 지나면서 정치적 대립 관계로 바뀌었다.

이 불똥은 안동시와 안동시 출연기관이 협조적 관계에서 대립 관계로 번지도록 했으며, 급기야 사무총장 임기를 둘러싸고 이마코 운영 전반에 대한 경찰의 수사 등으로 대립각은 극에 달했다.

한마디로 행정가와 정치인의 대결 구도가 상생해야 할 기관들의 대립 구도로 이어진 꼴이 됐다. 이런 이상한 모양새는 급기야 안동시의회 의원과 안동시 집행부의 대립 구도로 확산되고 있다.

내년 예산철을 맞아 안동시의회 일부 의원이 이마코와 관련한 예산 심의를 꼼꼼히 챙기겠다는 으름장이다. 말이 의회 고유 권한으로 꼼꼼히 챙기겠다는 거지, 내심은 아예 예산 없는 조직으로 만들어 무용화하겠다는 저의가 깔렸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게다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광림 국회의원 주변에서는 김 의원 뜻이든 아니든 이처럼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린 집행부와 대립하고, 지역 기관단체 장악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들이 공공연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 체육회장 선거에 그동안 이러저러한 단체활동을 접고 있던 정치적 인사들이 잇따라 출마의 뜻을 밝히자, 집행부에서는 '총선 전 체육회장 선거 패싱'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는 모양새다.

안동시 인구는 16만 명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지역 경제는 갈수록 어렵다고들 한다. 도청을 유치했지만 지역 발전 돌파구로 만들지 못했다는 비난들이 지역 지도자들에게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 이후 줄곧 이어진 행정과 정치의 대결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들을 지역 행정가와 정치 지도자들은 곱씹어봐야 할 때다.

더 이상 행정에 정치가 관여해서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된다. 행정의 발목을 잡아 지역을 장악하려는 정치는 '하수'다. 정치든 행정이든 지도자들이 손잡았다 해도, 따르는 무리들이 서로 대립하는 것은 지도자들의 책임이다. 이제는 그만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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