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른 아침, 서부전선 모 부대 행정병이었던 필자는 엠바고 비보를 접했습니다. 청천벽력의 천붕(天崩)이었습니다. 전 부대에 전투태세 비상이 걸렸고, 시동을 걸어 둔 트럭 위에서 완전군장으로 대기해야 했습니다. 상황은 오전 11시경이 되어서 해제되었습니다.
진공의 공허함 그 자체였고, 시쳇말로 완전 멘붕 상태가 되었습니다. 회한(悔恨)이 일었습니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3선 개헌이다 유신헌법이다 했을 때, 그 나이에 목이 쉬도록 성토했었던 기억 말입니다.
5·16이 있던 해에 첩첩 산골 시골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1963년 대구로 전학했습니다. 대개 봄철이면 먹을 게 없어 송기(松肌)를 만들고 멀건 시래깃국으로 끼니를 때웠습니다. 못 먹은 탓에 부종으로 부스스한 몰골의 시골 사람들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포실한 요즘 세대에게는 거짓 전설 같은 보릿고개 얘기이지요.
봉산목욕탕 옆 골목 몇 평짜리 조그만 셋방이었습니다. 주인 노부부의 안방과 곁한 벽면 위쪽에 낸 구멍에 한 자 길이 낡은 형광등이 이쪽 방과 저쪽 방에 반반으로 걸려 있었습니다. 전기를 아낀답시고 밤 9시가 되면 주인은 막무가내 불을 끕니다. 촛불을 켜 놓고 눈 비비며 밀린 숙제를 하곤 했습니다.
저만큼 '댕댕'거리는 신호음에 기적을 울리며 기차가 지나갑니다. 칠성시장 건널목 초입에는 가치담배와 담배꽁초를 줍고 까서 대담배용으로 파는 할배가 있었습니다. 파리 날리는 좌판에 멍게 해삼 썰어 놓고 잔 소주 파는 할매도 있었습니다. 땟국 전 낡은 옷차림으로 아이스케이크 통 위에 걸터앉아 회전판 돌리며 호객하는 어린 학생도 보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비판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5·16 쿠데타에 의한 군사 독재와 유신 독재를 밟고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명분 있는 무혈 5·16 군사혁명이 어째서 다른 나라의 유혈 쿠데타와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있으며, 산업화에 성공한 박정희 혁명정부가 어찌 '독재'와 '인권유린'이라는 오명으로 폄훼될 수 있겠습니까?

기아(飢餓)와 빈곤 상태에서 민주화가 선행된 경우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 가난을 몰아내고 기적같이 일군 산업화의 1970년대가 있었기에 80년대의 민주화가 실현될 수 있었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일입니다. 어느 모리배들이 누구의 사주를 받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에 저주의 쇠말뚝 쇠꼬챙이 수천 개를 몰래 박았습니까? 이런 비인간적·비도덕적 행위를 한 자들에게 자자손손 복이 내리겠습니까?
박 전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앞세우며 극비리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시다 애통하게도 비명(非命)에 가셨습니다. 현대판 전제군주 북한의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로 이제 우리 대한민국과 자유 진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좌파 사회주의자들이 준동하는 이 나라, 이 시국, 박 전 대통령의 선견지명에 더욱 큰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
40년 전 오늘, 우리는 위대한 지도자를 떠나보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애국애족 유지를 받들면서 뜨거운 가슴으로 영원히 영웅을 안게 되었습니다.
어언 서거 40주기. 구미 생가에 단심(丹心)의 자주색 글귀를 새긴 추모 플래카드를 걸었습니다. "그리운 님이시여! 이 나라 이 민족 지켜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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