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친소] 배고프면 "이리와" 주인 호출…애교쟁이 말동무 앵무새

반려인의 어깨에 올라 산책을 즐기는 코코. 독자 석지혜 씨 제공
"오늘 날씨 좋네~" 발목링 걸고 산책을 즐기는 코코. 독자 석지혜 씨 제공
반려인의 따뜻한 손바닥에서 잠이 든 코코. 독자 석지혜 씨 제공
"너 그 얘기 들었냐?" 친구와 함께 이야기 중인 코코. 독자 석지혜 씨 제공

새 대가리, 닭 대가리는 기분이 몹시 나빠지는 말이다. 깜빡깜빡 잘 잊는 사람에겐 '까마귀 고기를 먹었냐'고 놀리기도 한다. 조두(鳥頭)라고 에둘러 표현해도 사정은 별반 다를 것 없다. 새는 그만큼 우둔함의 상징이다. 하지만 앵무새 코뉴어종을 키우는 석지혜(38) 씨는 녀석이 똑똑하기도 하거니와 자신과 교감을 하는 데 있어서도 강아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코코가 들으면 억울하다고 화낼 소리다. '새대가리'라는 오명을 바로잡고 싶다"

재롱 부리는 코코 덕에 지혜 씨 집은 항상 웃음으로 가득하다. 독자 석지혜 씨 제공
반려인의 어깨에 올라 산책을 즐기는 코코. 독자 석지혜 씨 제공

◆뛰어난 지능 자랑하는 애교쟁이 말동무

현관 도어락을 여는 '삑삑' 소리에 놀라 거실로 나가보니 앵무새가 내는 소리였는가 하면, 할 줄 아는 말이라곤 '안녕' 밖에 없던 녀석이 어느샌가 상황별로 다른 단어를 구가하며 주인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앵무새의 소리 모사 능력은 일찍이 널리 알려진 재주로, 잘 훈련된 앵무새는 말뿐만 아니라 오페라 가곡을 완창 할 정도로 뛰어난 지능과 언어능력을 자랑한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더니 우리 집 코코는 낮말, 밤말 다 듣고 따라 한다". 따라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대화가 통한다는 느낌도 간혹 받는다고 한다. 제 자식 자랑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했더니 코코의 천재성을 보여준다며 지혜 씨가 새장 쪽으로 손짓을 한다. '이리 와'라는 소리와 함께 말이다. 자세히 들어보니 지혜 씨 목소리가 아니다. 아뿔싸. 코코가 부르는 소리였다. "'이리 와'라고 말하길래 해바라기 씨를 몇 번 주었더니 그 이후로 '이리 와'만 외친다. '이리 와' 라는 말이 나를 부르는 말인 줄 아는가 보다".

코코는 요즘 지혜 씨 웃음소리 흉내 내기에 푹 빠졌다. "코코도 네 웃음소리 독특한 거 아는가 보다" 집에 놀러 온 지인들이 한 마디씩 거들 때마다 지혜 씨는 민망함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그런가 하면 지혜 씨가 딸을 혼낼 때 쓰는 추임새나 다소 거친 억양을 따라 하는 코코의 영리함(?)에 진땀을 흘리기도 한다. 어린아이 앞에선 냉수도 못 마신다는 옛 속담이 이젠 앵무새한테까지 적용돼야 할 판이라는 지혜 씨는 구구절절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렇다고 코코가 새 장 안에서 입만 나불댄다(?) 생각한다면 크나 큰 오산이다. 악수, 돌기, 점프 등 강아지 못지않은 재주를 부리고 좋고 싫음의 의사 표현도 확실하다. 어깨 위에 올라오고 싶으면 발가락을 콱 깨물고 뽀뽀하고 싶을 땐 볼에 부리를 갖다 대며 쪽쪽 소리를 낸다. 머리를 긁어달라고 손가락 앞에 머리를 욱여넣기도 하고 '코코야~' 부르면 날아오거나 가녀린 발로 저벅저벅 걸어온다.

방울 토마토를 좋아하는 코코. 야무지게 부리로 쪼아먹고 있다. 독자 석지혜 씨 제공
반려인의 따뜻한 손바닥에서 잠이 든 코코. 독자 석지혜 씨 제공
"나도 목마르다 짹짹" 호기심이 많은 코코는 뭐든 건들이고 보는 게 취미다. 독자 석지혜 씨 제공

◆새는 키우기 쉽다고? 모르고 하는 소리!

알록달록한 깃털, 매끈한 부리, 조그맣고 사랑스러운 뒷모습. 화려한 외관에 한 번 반하고, 모형처럼 가만히 앉아있는 그 조신함에 두 번 반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러한 이유로 앵무새 키우기에 쉽게 발을 들인다. 하지만 집에 새장을 설치하고 기뻐하는 것도 잠시 하루에도 몇 번씩 밥을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과 매일같이 빽뺵 울어대는 소음 탓에 파양을 하는 사례가 파다하다. 새는 새장에 가둬두고 바라만 보는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했던 것일까.

"(내가) 요즘 늦둥이를 키운다" 농담 같은 지혜 씨의 말속엔 단단하다 못해 깡깡 한 뼈가 있다. 그만큼 앵무새를 키우는 삶은 꽤 번거롭고 신경 쓸 일 투성이다. 이로 인해 앵무새는 '새린이(새+어린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조금씩 자주 먹이와 물을 주고 변을 치워줘야 하며, 산책을 시키는 등 놀아주기도 해야 한다. 이는 갓난 아기를 키우는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귀찮다고 한꺼번에 먹이를 주면 비만이 되거나 먹고 싶은 것만 섭취하는 편식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지혜 씨는 시간 날 때마다 코코를 산책시키며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려 노력한다. 감수성이 풍부한 동물에 속하는 앵무새는 제대로 돌봄 받지 못하거나 외롭게 두면 자기 깃털이나 피부를 부리로 뜯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산책은 앵무새 전용 발목링이라고 발목에 걸 수 있는 긴 줄을 이용한다. 자유로움의 상징 새에게 무슨 족쇄냐며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간혹 있다. 하지만 이는 동물 학대가 아닌 앵무새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실내에서 키우기 때문에 대다수 반려조는 윙컷 (바람을 타는 깃털의 수를 줄여 장거리를 날지 못하게 하는 것)을 한다. "유리창에 부딪히거나 외출시 날아가버려 미아조가 되는것을 방지하고자하는것이니 불쌍하다고 생각 안 하셨으면 좋겠다"

재롱 부리는 코코 덕에 지혜 씨 집은 항상 웃음으로 가득하다. 독자 석지혜 씨 제공
방울 토마토를 좋아하는 코코. 야무지게 부리로 쪼아먹고 있다. 독자 석지혜 씨 제공

◆기대 수명 길어 평생 반려동물로 제격

반려인들은 대체로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과의 사별이나 이별의 아픔을 일평생 몇 번이나 겪어야 한다. 사람과 다르게 흘러가는 짧은 생체시계 때문이다. "아이들이 동물을 너무 좋아하지만 떠나보내고 난 뒤의 슬픔이 두려워 (반려동물 입양을) 계속 미뤄 왔다" 반려견과의 이별 경험이 있는 지혜 씨는 고민 끝에 코코를 입양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중대형급 앵무새는 평균 30~50년가량은 살 수 있어 평생 반려동물로 적합하다.

동물 특유의 냄새가 심하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깨끗한 물을 담아주면 몇 모금 먹고 난 뒤 스스로 물 안에 들어가 샤워한다. 간혹 샤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스프레이 통에 물을 분사해주면 즐겁게 샤워를 즐기고 온다. 소음도 교육하기 나름인데 대부분은 어두워지면 소리를 안 내 이웃들이 새를 키우는 지도 모를 정도다.

충성심 넘치는 강아지처럼, 도도한 매력의 고양이처럼. 헌신성과 시크한 매력을 마음껏 뽐내는 말 그대로 팔색조 반려동물이 바로 앵무새다. "사랑스럽고 애교많은 존재인데 (앵무새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아쉽다. 미디어 같은 곳에서 반려견이나 반려묘만큼 많이 소개해주어서 나같은 애조인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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