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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구공항] 공염불 된 대구시 지원정책, 취항 실적 '제로'

"정책 노선에만 재정지원" 10개월 간 취항 없어
대구 5배 김해도 초기 78~80% 못넘기면 지원
"노선 위축과 관계없어… 조만간 첫 사례 나올 듯"

대구국제공항에 착륙하는 항공기의 모습. 매일신문DB
대구국제공항에 착륙하는 항공기의 모습. 매일신문DB

대구시가 올 초 대구국제공항 취항 항공사에 대한 재정지원 정책을 대폭 축소하면서 항공사들의 신규 취항에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에 시의 재정지원 조건까지 까다로워져 대구공항에 새 노선 취항이 줄었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지난 2014년부터 항공사들이 대구공항에 새로운 국제선 노선을 취항하면 처음 1년 동안 정착금 개념의 재정지원을 해왔다. 관련 조례에 근거해 하루 왕복 탑승률이 75% 미만인 노선에 최대 6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는 식이다. 지난 5년간 지원된 보조금만 26억여원에 이른다.

재정지원에 힘입어 항공사들이 앞다퉈 새로운 노선을 선보이면서 대구공항의 국제선 노선 수가 7배까지 늘어나는 등 효과는 확실했다. 그러나 대구를 찾는 외국인보다 외국으로 나가는 내국인이 훨씬 많았던 탓에 "투입한 혈세에 비해 지역 기여도가 미미한 수준"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대구시는 올해 1월부터 보조금을 지원하는 기준 탑승률을 기존 75% 미만에서 70% 미만으로 바꾸고, '정책 노선' 8개를 지정해 다른 노선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대구시가 지정한 정책 노선은 ▷일본 나고야·히로시마 ▷중국 칭다오 ▷대만 가오슝 ▷베트남 호치민 ▷필리핀 마닐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조호르바루 등이다.

당시 대구시는 "국제선 신설 모집 방식을 취항 가능한 항공사에 직접 요청하던 협약 방식에서 공개모집으로 전환해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문제는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책 노선 8개 가운데 실제로 취항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 점이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신규 취항 자체가 쪼그라든 상황에서도 티웨이항공이 장가계와 연길, 제주항공이 세부 등 새 노선을 선보였지만 그 중 정책 노선은 없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관광수요만으로 충분한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면 항공기를 매일 띄워 수익을 올리기 위해 비즈니스와 연관된 '상용 수요'가 중요하다. 정책 노선으로 선정된 대부분 노선이 수요가 부족한 곳"이라며 "실제 항공사들이 원하는 노선은 정책 노선에 포함돼 있지 않아 오히려 취항에 소극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해공항의 경우 국제선 이용객만 1천만명을 넘겨 대구의 5배에 이르지만, 여전히 부산시가 신설 노선 전체를 대상으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기준이 되는 탑승률도 78~80%로 대구보다 높다. 충북도에서도 올해부터 청주공항에 새 국제선을 취항하는 항공사에 주는 보조금을 기존 2억원에서 최대 4억원까지 높였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공항은 김해나 다른 지방공항과 달리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이었고, 이익이 날 만한 노선은 항공사들이 초기 손실을 감수하고 과감히 들어올 수 있다고 판단해 정책적인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 정책 노선을 늘릴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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