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analogue)와 '디지털'(digital)은 '세상을 바라보는 또는 나타내는 방법의 차이'를 뜻한다. '나'라는 실체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초상화를 그리거나 필름을 쓰는 아날로그 카메라로 찍을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초상화 혹은 아날로그 사진은 서로 연결된 선과 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아날로그는 '연결된/연속형의'라는 뜻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컴퓨터와 디지털 카메라의 출현으로 전통적 아날로그 방식과는 다른 방법이 등장했다. 화면을 '화소'(畵素, pixel)라는 작은 칸들로 나눈 다음, 각 화소의 색상을 조절하여 사진을 완성하는 방법이다. 가령 1인치(2.54㎝)를 10등분, 100등분, 혹은 그 이상으로도 나눌 수 있는데 각 화소의 칸을 잘게 나눌수록 실물에 더 가까운 해상도(解像度)가 높은 사진을 얻게 된다.
색의 3원색에 컴퓨터에서 쓰는 0과 1로만 이루어진 이진법 수를 각각 부여한 후 그 숫자의 조작과 처리를 통해 각 화소의 색상을 조절한다. 이 새로운 방법은 연속된 선이나 면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치상의/단절형의' 정보를 이용하게 되고, 여기서 디지털이 '수치상의/단절형의'란 뜻을 얻게 되었다. 숫자는 각기 독립적이므로 '수치상의'란 말은 '단절형의'란 말과 사실상 일치한다.
단절형의 데이터만을 다루는 것이 컴퓨터 소프트웨어이며 이것의 발달로 스마트폰을 포함한 각종 전자제품이 생겨났고, 인공지능의 출현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그 결과, 디지털은 '컴퓨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컴퓨터의 웹사이트에 있는 정보를 이용하는'이라는 뜻도 얻게 되었다. 우리가 '디지털 혁명', '디지털 인문학'이라고 할 때는 바로 이러한 의미이다.
디지털의 두 번째 뜻과 함께, 그 대척점에 있는 아날로그 또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은 전통방식의'라는 의미를 얻게 되었다. 컴퓨터의 정보처리에 의존한 '디지털 뮤직'이란 말과 전통적인 녹음테이프나 레코드판에 담긴 '아날로그 뮤직'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다시 아날로그의 본래 뜻인 '연속형의', 디지털의 본래 뜻인 '단절형의'를 염두에 두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살펴보자. 세상은 아날로그적 연속된 면과 디지털적 단절된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해운대에 서보라. 바다와 육지가 연결되어 있는가, 분리되어 있는가? 을숙도에 가보라. 낙동강과 남해는 어떠하던가? 팔공산 동봉에 올라보라. 바람과 구름은 또 어떠하던가? 김민기의 노래 '친구'의 가사 /그 깊은 바닷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를 떠올리지 않아도 삶과 죽음조차도 연결된 것 혹은 분리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는 종합 또는 통섭(統攝)하는 정신이고, 디지털은 분석하는 정신이다. 아날로그가 수학의 적분이라면 디지털은 미분이다. 합치고, 나누는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의 큰 몫이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는 아날로그적 시각과 디지털적 시각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디지털적 시각만 가지면 극단적 이기주의에 빠질 수 있다. 나와 내 가족은 세상과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 결국 부정과 불법까지도 서슴지 않을 수가 있다. 아날로그적 시각만 가지면 의타적(依他的)이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자기희생적일 수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독립적이지만 지구 표면을 딛고 살고 있고 그래서 너와 나는 지구 표면을 매개로 인연을 맺고 있다. 결국 '같이&따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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