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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 '컬링 대부'에 대한 탄원

문화체육관광부,경상북도, 대한체육회 합동 감사반이 19일 경산시 옥산동 경상북도체육회에 임시 사무실을 차리고
문화체육관광부,경상북도, 대한체육회 합동 감사반이 19일 경산시 옥산동 경상북도체육회에 임시 사무실을 차리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팀킴)'에 대한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매일신문 DB
김교성 본사장
김교성 본사장

동계 종목 컬링을 우리나라에 안착시킨 사나이가 있다. 레슬링 선수 출신으로 교편을 잡다 1990년대 초반 컬링에 꽂혀 보급에 나선 경북컬링협회 김경두 전 회장이다.

그는 2006년 고향 의성에 국내 최초 전용경기장인 의성컬링센터를 건립,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은메달리스트 '팀킴'(경북체육회)을 탄생시켰다.

한국 컬링의 대부로 불린 그는 지금 영광을 함께 일궈낸, 자식처럼 여긴 '팀킴'의 호소문 파문에 휩쓸려 사위인 장반석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믹스더블 감독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장 감독의 아내인 김민정 '팀킴' 감독은 소속 팀 경북체육회를 상대로 직권면직처분 소송을 벌였다.

이들 가족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영광과 치욕을 맛보며 수난을 겪고 있다.

2018년 2월 8일 이들 가족이 이끈 한국 컬링 남자·여자·믹스더블은 전 국민을 광풍 속으로 몰아넣었다. '팀킴'이 일본 팀과의 준결승 리턴매치에서 이기고 2월 25일 결승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이들 가족도 큰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그해 11월 6일 '팀킴'이 지도자의 폭언, 특정 선수 배제, 상금 유용 의혹 등을 담은 호소문을 대한체육회 등에 내면서 이들 가족은 문화체육관광부·경상북도·대한체육회 합동 감사와 경찰·검찰 수사로 만신창이가 됐다.

삶의 터전이었던 의성컬링센터를 빼앗기다시피 내줬고 주위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다. 얼굴이 많이 알려진 김민정 전 감독은 고개를 들고 길을 다니지 못할 지경이 됐다. 김 전 감독은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한다.

애초 장 전 감독은 대구 수성구에서 벌이가 좋은 학원 사업을 했으나 장인 부탁에 영어 통·번역 등 사무 지원을 위해 경북체육회 일원이 됐다.

여론몰이식 칭송과 비난이 가라앉은 현 시점에서 보면 이들 가족은 가혹한 벌을 받는 듯하다. 기자는 20여 년에 걸친 이들 가족의 컬링 개척사를 직간접적으로 지켜봤다.

합동 감사와 경찰 수사를 통한 검찰의 기소 내용은 '팀킴'의 호소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호소문은 인권을 포함한 부당한 대우에 대한 감정적인 부분을 담고 있지만 이들 가족은 감사·수사에 따른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을 상황에 놓여 있다.

검찰 기소 내용을 보면 김 전 회장은 경북체육회 지원금(5년간 동·하계 훈련비)과 민간기업 후원금 등 9천여만원을 컬링장 사용료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지원금·후원금 전용은 운영비가 따로 없는 자생력 없는 대다수 체육단체의 오랜 관행이다.

현재 재판에서 김 전 회장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장 전 감독은 회계 처리가 제대로 안 된 일부만 인정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경북체육회와 경북컬링협회 이사회 등 절차를 거쳐 운영비로 사용했다. 재판을 통해 순수한 우리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가족에 대한 죄의 유무는 사법부 판단에 달려 있다. 이 상황에 처한 것도 전적으로 소통이 부족했던 김 전 회장 가족의 잘못이다.

그렇지만 김 전 회장이 컬링에 대한 외곬의 삶을 살지 않았다면 한국 체육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팀킴'은 출범할 수 없었다. 김 전 회장이 범죄자가 된다면 평창대회 때 소리 높여 '팀킴'을 응원한 우리 국민의 보람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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