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며 '고립주의'에 기우는 사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정학적 기술'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해 중동에서 실세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내 완충지대 관리방안을 터키와 도출하면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역량을 보여줬다며 23일(현지시간) 이같이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날 터키 접경의 시리아 내 '안전지대'에서 쿠르드 민병대를 철수시키고 러시아-터키 양국 군이 합동 순찰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하는 사이에 터키와 러시아가 좀 더 근접하는 모양새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터키와 다른 동맹국 사이를 틀어지게 하는 것으로도 비칠 수 있는 합의다. '스트롱맨' 이미지가 강한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렵고 불안한 관계를 능숙하게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는 정치학자 알렉세이 말라센코는 "그것이 바로 전형적인 푸틴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반유대주의 역사에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앙숙인 이란과도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해에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나 하이파이브하듯 반갑게 악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프리카에서도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소치에서 열린 제1회 '러-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연합(AU) 순회 의장을 맡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회의 개막을 선포했다.
그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관계 구축을 위해, 러시아가 미국보다 터키 측 이익을 꾀했다고 설득했으며 터키 경제에 미치는 러시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군사 전문가인 블라디미르 예프세예프는 "주요 상대방과 관계를 갖기 위한 일종의 편의상의 우정"이라고 풀이했다.
사실, 러시아와 터키 관계는 2015년 터키 전투기가 터키-시리아 접경 지역에서 러시아 전폭기 1대를 격추한 이후 극한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2016년 터키에서 일어난 군부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푸틴 대통령은 충격을 받은 에르도안의 불안을 이용, 그에게 접근해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터키에 판매하고 추가 판매를 터키와 논의 중이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 접경에서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휴전을 영구화하기로 했다면서 터키 공격에 대응해 부과한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군의 과제가 세계의 치안 유지는 아니라며 과거 미국의 '세계경찰' 입장과 선을 긋고 다른 나라들이 "공정한 몫"을 해야 한다고 주문, 고립주의·불개입주의 기조를 거듭 확인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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