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 들고 아보카도 지키는 멕시코 농부…'녹색 황금'의 그늘

아보카도 열풍, 멕시코 농가에 돈과 범죄 동시에 가져와

'슈퍼푸드'로 불리며 최근 몇 년새 수요가 급증한 아보카도가 멕시코 농부들에게 '돈'의 기쁨을 안겼으나 '범죄'의 위험도 동시에 맞닥뜨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은 멕시코 최대 아보카도 생산지인 미초아칸주를 찾아 아보카도 열풍의 그늘을 전했다. 멕시코는 전 세계 아보카도 수출량의 43%를 차지하고, 그중 대부분이 미초아칸에서 생산된다.

미국이 1997년 멕시코 아보카도 수입을 재개한 이후 미국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미초아칸의 농부 수천 명이 빈곤에서 탈피했다. 3대째 아보카도 농사를 짓고 있는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는 한 해 최대 50t의 아보카도를 생산, 마약 재배보다도 많은 10만 달러(약 1억1천7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돈이 돌자 폭력 조직과 마약 카르텔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아보카도 농장이나 포장 공장을 상대로 한 약탈, 납치, 절도도 늘어났다. 철조망을 친 농장에선 농부들이 AR-15 소총으로 무장한 채 돌아가며 농장 앞을 지키고 있고 경호원을 고용한다. 보호비를 뜯으려는 전화일까 봐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받지 않는다고 한다.

아보카도 농부들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비아그라'라고 불리는 이 지역 카르텔이라고 AP는 전했다. 비아그라는 더 악명 높은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에 위협받는 신세다. CJNG는 지난 8월 비아그라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살해해 경고 문구와 함께 시신을 다리에 내걸었고, 얼마 전엔 경찰 차량을 습격해 경찰 13명을 살해했다.

'녹색 황금'으로도 불리는 아보카도 수익이 마약 카르텔에도 흘러들어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보카도를 먹지 말자는 움직임도 일었다. 영국 식당가에서는 아보카도 메뉴가 퇴출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초아칸에서 아보카도 산업이 무너지면 지역의 치안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아드리아나 비이카나 우니바가톨릭대 교수는 "아보카도가 없으면 사람들이 뭘 하겠느냐"며 "실직 상태가 된 사람들이 범죄조직에 가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지석 선임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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