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이 지난 10월 25일부터 시작됐다. 첫 공판기일이 이날 열렸고, 2번째 공판은 한 달 뒤인 11월 22일, 3번째 공판은 그로부터 약 2주 뒤인 12월 5일에 예정돼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7년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수감된 바 있다. 이어 2018년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아 풀려났다.
그리고 이어진 올해 8월 29일 3심에서 최종 선고가 나올 뻔했지만,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다시 하라는 파기환송을 하면서 약 3개월 후 파기환송심이 시작된 것이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은 삼성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제공한 34억원 상당 말 3필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을 2심에서는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게 뇌물 성격이 있다고 봤기 때문에 나왔다.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가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유를 어찌 다시 해석할 지에 따라, 판결 내용도 달라지게 된다.

◆뇌물 액수 50억원 이상? 미만? "집행유예 기로"
판결의 기준이 되는 법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경가법)이다.
횡령액, 즉 뇌물 인정 액수가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1심 뇌물 인정 액수 89억2천227만원, 징역 5년) 선고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50억원 미만일 경우 징역 5년 이하도 가능해 집행유예(징역 3년 이하 선고에 대해 가능)까지도(2심 뇌물 인정 액수 36억3천484만원,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가능해진다.
이재용 부회장 측으로서는 2심때처럼 뇌물 액수를 50억원 미만으로 인정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뇌물 액수가 50억원이 넘더라도 '작량감경'을 노려볼 수 있다. 작량감경은 법률상 감경 사유가 없어도 범죄의 구체적인 정상을 고려했을 때 법률로 정한 형이 과중하다고 인정될 경우, 법관 재량으로 형량의 상한과 하한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특경가법 하한형은 징역 5년인데, 파기환송심에서는 작량감경을 통해 그 절반인 2년 6개월까지 줄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징역 3년을 넘는 선고에 대해서는 집행유예 '옵션'을 붙일 수 없는 기준을 6개월 차이로 피하게 된다.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이재용 부회장이 1심 선고 후 2심 때 풀려나기까지 353일간 수감 생활을 한 점, 1심에서 유죄로 판단 받은 횡령액 전액을 변제한 점 등을 작량감경의 근거로 재판부에 인정 받는 게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어떤 경우가 나오든 검찰이 상고를 한다면, 재판은 다시 대법원으로 옮겨져 진행된다. 이번 파기환송심을 계기로 이른바 '핑퐁재판'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재판 자체가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물론 이미 재판이 3년차에 접어든 것이므로, 그만큼 삼성은 오너리스크를 꽤 긴 기간 겪고 있는 셈이긴 하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도 거론된다.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아 수감된 상태라면 결국 상고를 할 수밖에 없어 또 대법원 판결까지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 기간이 길어지면 그동안 나중에 선고될 최종 형량을 모두 소화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보다 조금 나은 상황은 이재용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경우 검찰이 상고를 해 대법원으로 가는 것, 가장 좋은 상황은 같은 경우에 검찰이 상고도 하지 않아 재판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딱 아버지처럼만…"
그러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과거 잇따라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사례가 회자된다.
이건희 회장은 모두 2차례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바 있다. 그러면서 수감 자체를 피했다.
우선 노태우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례가 있다. 1995년 검찰은 노태우 대통령에게 9차례에 걸쳐 250억원을 제공하고 각종 이권 사업을 따 낸 혐의로 이건희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어 1996년 1심에서 이건희 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이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 형이 확정된 바 있다. 즉, 1심에서 최종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3심까지 갔다가 파기환송심까지 소화해야 하고 이후 다시 대법원으로 갈 가능성도 있는 점과 대비된다.
이건희 회장의 2번째 사례는 조세포탈 관련이었다. 2008년 양도소득세 456억원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및 벌금 1천100억원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이에 대해 2009년 특별사면이 이뤄졌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국익 차원에서 IOC 위원인 이건희 회장을 사면했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할 수 있는 IOC 총회를 한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국무회의에 특사 안건이 올라와 그대로 통과됐다. 보통 광복절 같은 때에 재벌 총수 여러 명이 특사 혜택을 받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때는 경제인 단 1인에 대한 초유의 특사였다.

◆경제 때문에 살려야 한다 vs '재벌 봐 주기' 더는 허용 안 된다
즉,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은 2건의 선고 모두 처음부터 집행유예를 받았다. 여기에 검찰이 항소를 아예 안 하거나, 정부가 나서 사면해주는 '도움'이 있었다.
그러나 아들 이재용 부회장은 1심부터 징역 5년 실형을 선고 받았고, 이를 2심, 3심, 파기환송심, 또한 향후 이어질 수 있는 3심에서 계속 깎아나가야 하는 부담에 휩싸여 있다.
아울러 이건희 회장은 IOC 위원을 맡았던 까닭에 마침 동계올림픽 유치 시즌에 사면이라는 동아줄을 잡은 바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딱히 그럴 만한 요소가 없다.
다만 어려운 경제가 화두가 된 시점에 한국 최고 재벌 총수(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수년째 병중에 있어 이재용 부회장이 실질적 삼성 총수)의 수감이 미칠 영향을 두고 국민들의 법 감정이 '봐 주기'와 '단죄'로 나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물론 이게 재판부에 어떤 영향을 줄 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원칙적으로는 국민 여론이 어떠하더라도 재판에 영향을 줘선 안 되는 것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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