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 안되는데 왜?" 이화섭 기자의 유튜버 3년 도전기

구독자 '1천명 이상' 조건 못 맞춰…총 수익 4만6천원 불과, 그나마 못 받아
격주 방송이지만 약속도 어려워, 다양한 주제·자유로운 표현 매력

매일신문 | #도전 #유튜브 #아이돌
이화섭 기자가 운영하는
이화섭 기자가 운영하는 '이 기자와 신 팀장의 야매아이돌' 채널 화면. '구독자 243명'이란 숫자가 눈에 띈다. 이 기자와 신 팀장의 야매아이돌 캡쳐.

벌써 3년 전이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세상에 뿌려졌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까?"라는 호기심에 시작한 유튜브였다. 일단 내가 좋아하고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게 아이돌 이야기였으니 '아이돌 분석 비평'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혼자 하기에는 심심할 것 같아서 취재 과정에서 안면을 튼 신동우 인디053 기획팀장을 파트너로 섭외했다. 그렇게 2016년 3월 8일 '이 기자와 신 팀장의 야매아이돌' 1회의 역사적 첫 녹화를 했다. 일단 스마트폰으로 막 찍어서 그냥 유튜브에 올리기만 했다.

지금 보면 매우 허접했던 그 영상이 조회수 100건을 돌파한 게 마냥 신기했던 기자는 점점 '투자'를 했다. 스마트폰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HD촬영이 가능한 웹캠 10만원짜리를 샀다. 편집은 무료 프로그램을 쓰다 결국 5만원을 내고 유료 프로그램인 '프리미어 프로'로 바꿨다. 웹캠에서 캠코더로 바꾸고 컴퓨터도 한 번 교체하니 이때까지 방송에 들인 돈이 200만원은 들었다. 어떤 유튜버는 카메라 한 대에 400만원을 들이기도 한다 하니 기자가 들인 돈은 '껌값'이라고 보면 된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일상에 나름 큰 변화가 생겼다.

일단 저녁 약속, 술자리를 만들 수 없었다. 격주에 한 번씩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겸한 녹화를 진행하는데, 이를 5~10분 짜리 동영상 2~4개로 편집한다. 이 일을 모두 퇴근 후에 해야하니 생활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건전해진다. 10분 이내 동영상을 위한 편집시간은 아무리 적어도 2시간은 들여야 한다. 자칫 밤을 새면 다음날 출근에 지장이 생기니 화려한 효과 따위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돈 들인만큼 벌었으면 좋겠지만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3년간 구독자 수는 243명에 그쳐 있다. 유튜브에서 광고 수익이라고 배정해 준 금액을 확인해 보니 3년 동안 들어온 수익이 총 4만6천867원이란다. 이마저도 '구독자 1천명 이상, 연간 시청시간 4천 시간 이상'이라는 수익 배분 조건을 못 맞추고 있어 그림의 떡이다.

부진한 원인은 간단했다. 일단 다른 유튜버들처럼 화려한 시각효과나 자극적인 요소가 많지 않다는 점이 컸다. 아이돌 컨텐츠에 아이돌이 안 나오고 30대 아저씨 둘이 떠들고 앉았으니 들어온 사람들이 뭔가 배신감도 느꼈을 것이다. 나처럼 아이돌 관련 콘텐츠로 유명한 '퇴경아 약먹자'의 고퇴경 약사님은 춤이라도 추지…….

"유튜브로 떼돈 벌었다"는 이야기가 많아 너도나도 유튜브 하면 돈을 버는 줄 안다. 하지만 품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돈 벌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전업 유튜버들은 자신의 모든 시간을 유튜브 작업에 쏟는다. 유명해지면 유튜브에서 나오는 광고 수익과 더불어 각종 업체에서 들어오는 협찬과 컬래버레이션 광고 등으로도 돈을 번다.

하지만 기자가 하는 콘텐츠는 업체와의 콜라보가 불가능하다. 하다못해 신인 아이돌 데뷔 홍보라도 들어오려면 구독자가 1만명은 넘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요즘 '유튜버가 돈이 된다'는 말을 듣고 유튜브에 도전하다가 구독자와 조회수가 생각보다 안 나와서 금방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 중 유튜버로 유명한 코미디언 이홍렬 씨의 "2~3년은 꾸준히 올려야 겨우 존재를 알릴 수 있다"라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유튜브를 하게 되는 매력은 있다. 다양한 주제로 그저 이야기하면서 웃고 떠드는 걸로도 충분히 내 의견을 내 놓을 수 있다. '글'이나 '문자'가 주는 무거움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말에 자신있다면 훌륭한 도구가 유튜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자는 또 "돈 안 되는 거 뭐 하러 돈, 시간 들여가며 하냐"는 주변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카메라를 켠다.

#도전 #유튜브 #아이돌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