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뒤집는 일이 가끔 일어난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당연히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런데 어느날 지동설을 주장하는 과학자가 등장하더니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우리는 뇌세포가 어릴 때 많이 생겨나고 성인이 되면 더 이상 새로 생겨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심지어 나이가 들어 늙으면 뇌세포가 많이 죽어서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어른의 뇌에서 신경세포가 새로 생겨난다는 연구결과와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동시에 발표되고 있어서 뇌신경 과학자들 사이의 논쟁이 뜨겁다. 정말 성인의 뇌에서 새로운 뇌세포가 만들어질까? 그럼 뇌졸중이나 치매도 치료할 수 있을까? 이제 뇌신경 과학자들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그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
◆<주장 1> 성인 뇌세포도 새로 만들어진다!
성인의 뇌세포가 새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사람의 뇌를 이용해서 연구한 두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2018년에 발표되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정확히 서로 반대되는 것이어서 과학자들 사이의 논쟁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먼저, 미국 컬럼비아대학 의대 마우라 볼드리니 교수 연구팀이 2018년에 "셀 스템 셀" 학술지에 보고한 연구결과를 살펴보자. 볼드리니 교수 연구팀은 건강하게 살다가 갑자기 죽은 14세에서 79세 사이의 28명의 뇌를 조사했다. 이 연구팀은 뇌의 해마라는 부위를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했다.
청년과 노인의 뇌의 해마를 비교했을 때 새로운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중간단계 신경 전구세포와 미성숙 신경세포의 수가 비슷하고 해마의 크기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놀라운 것은 노인의 뇌에서도 새로 만들어진 신경세포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노인의 뇌에서는 혈관을 새로 만드는 기능이 부족하다는 것이 관찰되었다. 따라서 노인의 인지기능 복원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신생 혈관이 만들어지는 기능과 세포와 세포 간 연결 기능이 약하기 때문으로 연구팀은 추측하고 있다.
◆<주장 2> 성인 뇌세포는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음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의 아르투로 알바레스부이야 교수 연구팀이 2018년에 네이처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살펴보자. 이 연구결과는 바로 위에서 살펴본 볼드리니 교수 연구팀의 연구결과와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다.
이 연구팀은 태아에서 77세까지 사망자와 뇌전증 환자 등 59명의 뇌의 해마 부위를 조사했다. 이 연구팀은 태아와 갓난아이에게서는 신생 신경세포가 많이 발견되지만, 13세부터 매우 드물게 발견된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또한 18세 이상의 뇌의 해마에서는 신생 신경세포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즉, 18세 이상 성인이나 노인은 뇌의 해마에서 신생 신경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과다.
◆<논쟁의 역사> 동물과 사람의 뇌세포 생성
사실 이와 같은 논쟁은 이십여 년 전부터 있어왔다. 1980년대 후반에 카나리아 새의 뇌에서 신경세포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을 미국 록펠러대학교 연구팀이 발견했다. 이후 여러 동물의 뇌에서 신경세포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관찰되었다.
쥐의 뇌 해마 부위에 있는 신경줄기세포가 새로운 신경세포로 분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연속적인 장면으로 촬영한 연구결과가 스위스 취리히대학 뇌연구소에 의해 2018년에 "사이언스" 학술지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결과는 뇌의 신경줄기세포가 신경세포로 변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촬영해서 보여준 놀라운 것이다.
그렇다면 쥐가 아닌 성인이 된 사람의 뇌에서도 마찬가지로 신경줄기세포가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 수 있을까? 1998년에 미국 소크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 연구팀이 사람의 뇌에서도 신경줄기세포가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진다는 연구결과로 뇌 신경세포가 다시 재생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임으로서 큰 관심을 끌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성인 뇌의 신생 신경세포에 대한 연구와 논쟁에 뛰어들었다.
◆<주장 3> 노인 뇌세포도 새로 만들어진다?!
하나의 문제에 대해서 과학자들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며 첨예하게 대립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과학자들은 입이 아닌 논문으로 말한다. 그래서 후속 논문이 발표되기를 필자는 작년부터 마음 조리며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논문들이 올해에 여럿 발표되었다.
스페인의 세베로 오초아 분자생물 센터의 마리아 로렌즈-마틴 박사 연구팀은 43세에서 87세 사이에 죽은 13명의 성인 뇌조직을 기증받아서 연구했다. 첨예하게 대립되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 같은 놀라운 연구결과가 "네이처 메디슨" 학술지에 2019년 3월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팀은 중년에서 노년의 성인 뇌조직에서 신경세포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심지어 68세 노인의 뇌조직에서 생겨난지 얼마되지 않은 신생 신경세포도 발견하였다. 이 연구에서 나이가 가장 적은 43세 성인의 뇌를 연구원들이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뇌조직의 1 제곱밀리미터 당 4만2천개 정도의 미성숙 신경세포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처럼 새로 생겨난 신경세포의 숫자는 나이가 많아지면서 30% 정도 감소한다는 것도 연구원들이 발견했다.
그럼 2018년 네이처 학술지에 발표된 성인의 뇌에서 신경세포가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는 어떻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 바로 위의 연구를 주도한 로렌즈-마틴 박사는 연구에 사용하는 뇌조직을 파라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약품을 사용하여 오랫동안 보관하면 뇌조직이 손상되어서 신생 신경세포를 관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로렌즈-마틴 박사 연구팀은 뇌조직을 24시간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만 고정화처리한 후에 관찰하여서 위와 같은 좋은 연구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뇌질환이나 뇌손상으로 인해서 뇌세포 수가 감소하였을 때에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어서 치료하는 기술에 적용될 수 있는 연구결과여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성인의 뇌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진다는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반대 주장을 하는 뇌신경 과학자들도 있어서 최종 결론을 내리는 데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제 이러한 과학적인 발견을 기반으로해서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뇌질환을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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