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대구는 창업하기 좋은 도시인가요?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대구에서 창업하면 절대 안 된다!"

6년 전 필자가 창업할 때 지인들에게 들었던 말이다. 더군다나 필자의 종목은 만지거나 가질 수 없는 광고 아이디어였다. 그렇다. 봉이 김선달과 같은 황당한 아이템이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상인동 자택에서 광고회사를 창업했다. 하지만 곧 지인들의 만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가 생명인 광고회사를 창업했지만, 대구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극도로 낮았다. 그때는 길거리에서 볼펜이나 붕어빵을 파는 분들이 부러울 정도였다. 그것들은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볼펜은 500원, 붕어빵은 1천원이라는 가격으로 인식하지만, 아이디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극도로 낮았다. 더군다나 대구에는 매체 광고 대행사들이 많았다. 버스나 지하철의 광고판을 임차해 그 공간을 쓰는 비용만 받는 회사들이었다. 매체 수수료와 같이 부동산 장사를 하는 회사가 대부분이었다. 광고판 사용료를 받으니 정작 광고 콘텐츠는 무료였다. 광고 카피, 디자인은 공짜인 시장이 바로 대구였다. 설상가상으로 대구에는 기업이 많이 없고 그런 이유로 광고에 대한 인식도 낮았다. 당연히 필자처럼 아이디어를 내는 회사들은 생존을 위해 서울로 올라가는 것이 당연했다.

대구에서 창업한 후 하루하루가 부단한 싸움의 연속이었다. 글 한 줄의 가치, 그림 한 장의 가치가 브랜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설득하고 다녔다. 광고는 공짜라는 인식과 싸우고 다녔다. 나이키의 'Just do it'과 같은 카피를 자기도 쓸 수 있다는 소상공인들과 싸움이었다. 당연히 회사는 배고팠다. 사람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자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사람이다.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다. 대구라는 시장은 창업하기에 척박한 환경이라 볼 수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했다. 앞서 쓴 글처럼 대부분의 아이디어 컴퍼니들이 기업이 많은 서울로 떠난다. 필자는 오히려 그 점을 파고들었다. '그럼 경쟁자가 없는 거구나. 모두 서울로 가니 한강 이남에서는 최고의 광고회사가 되어보자'고 결심했다. 그런 생각으로 뛰었다. 그사이 만질 수 없는 아이디어는 공짜라는 인식도 차츰 변해갔다. 무형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해외 광고제에 참가해 수상한 대가였다. 우리가 팔았던 비싼 광고가 더 큰 매출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였다. 불경기가 왔을 때는 다행히 시청과 경찰청, 교육청과 같은 관공서의 일로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망할 뻔한 고비를 두세 차례 넘겼다.

'대구는 보수적이다'라는 이미지가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으시겠습니까?" 아니다. 창업가는 환경에 맞게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브랜드를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서울이 아니니까' '여기는 지방이니까'라는 생각에 젖어 있지 말아야 한다. 어떻게 불리한 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뒤집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필자 역시 철옹성같이 단단한 대구의 보수성을 이용했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쉽사리 열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 신뢰를 얻으면 계속 믿어주는 면이 있다. 모든 것이 동전의 양면과 같다. 대구에서 창업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오히려 서울이 아닌 점을 더 잘 활용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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