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TV동물농장에서 방영된 내용이다. 시골 한적한 공용주차장에서 털이 덥수룩한 강아지 한 마리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앉아있다. 사람들이 가까이 가면 항상 도망가기 바쁘지만 특정모양과 색깔의 차량이 주차장 안으로 들어오면 꼬리를 흔들며 달려간다. 하지만 운전자를 확인하고는 부리나케 도망가기 일쑤이다. 아마 자신을 그곳에 버린 주인의 차량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흰색 털이 까맣게 될 정도로 꽤 긴 시간을 떠돌이 생활을 한 것 같다. 언제부터였는지 목줄이 살을 파고들어 목 주변 털에는 빨간 피고름이 맺혀있다. 이를 안타깝게 본 동네주민들이 제보를 했고 제작진과 구조대는 이 강아지를 돕기 위해 먹이를 두고 유인하여 그물로 구조했다. 몇 차례 발버둥 치던 강아지는 지쳤는지 이내 케이지 안으로 들어갔다. 꼬리가 말려 두려운 눈으로 몸을 떠는 강아지에게 사람들은 널 도와주려는 것이니 겁먹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동물병원으로 이송되어 자신의 살을 파고들었던 목줄이 끊어졌다. 그 순간, 강아지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클로즈업 된 TV화면에는 자막이 나왔다.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흰둥이'(이름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눈물이 왠지 슬퍼보였다. 어쩌면 흰둥이에게 그 목줄은 주인의 마지막 흔적이자 자신을 알아 볼 수 있는 유일한 증거이지 않을까? 흰둥이는 이제 더 이상 주차장에서 기다려야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한 생명을 구한 사람들의 노고와 따뜻한 마음을 비난할 의도는 없다. 덕분에 흰둥이는 새로운 곳에 입양되어 사랑받으며 살게 되었으니까. 순전히 세상을 삐딱하게 보기를 즐겨하는 꼴사나운 연극인의 자의적인 해석이다. 다만 내가 누군가를 위해 하는 행동이 정말 그들을 위하는 일일까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다.
나는 타인에게 도움을 행할 때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의도로 시작될까. 동정심? 우월감? 과시욕? 자기만족? 아마 대부분 동정심에서 비롯되는 행동일 것이다. '김씨 표류기'라는 영화에서 김씨는 자살하기 위해 한강에 뛰어내리지만 실패하고 밤섬에서 깨어난다. 우연히 짜장라면 스프를 발견하고 면을 만들기 위해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이것을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여자 김씨는 그곳으로 자장면을 배달시켜주지만 김씨는 짜장면은 자신에게 희망이라며 이를 거절한다.
나의 도움이 타인의 희망을 저버리는 행위일 수 있기 때문에 돕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로 엮여있는 우리의 삶 속에서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져야할 덕목이다. 다만 나의 가치관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기적인 기준의 잣대질로 존중받아야할 개개인의 삶의 가치를 흰둥이의 목걸이처럼 재단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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